평창올림픽 앞두고 또 ‘보신탕 논란’···동물보호단체 ‘카라’ 5일 국제컨퍼런스

초복인 17일 경기도 성남시 한 재래시장 보신탕집이 한산하다.2016.7.17/뉴스1
경기 성남시 한 재래시장 보신탕집 풍경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영국 여성 2명이 ‘개고기 식용 불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면이 보도됐다. 이들은 영국 연극배우 루이아 바버(29)와 간호사 마들린 워런(46)으로 지난 7월 중순에 한국에 입국해 중복(7월 27일)에 즈음하여 25일부터 29일까지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 두 영국 여성은 한국의 개고기 반대단체인 ‘세이브코리안독스’를 Facebook을 통해 알게 돼 수년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개가 천장에 매달린 채 맞고 있는 사진과 “개먹는 나라 No More Dog Meat! 보신탕은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개는 인간과 특별한 관계이므로 우리는 개를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시위를 보던 중년 남성은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식문화에 시비를 거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으며, 한편 다른 행인은 “나는 개고기를 안 먹는다. 좋아 보인다”고 했다.

최근 유럽 언론과 SNS에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와 열악한 개사육 실태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담긴 글들이 확산되고 있다. 20만명 서명인 이 글의 온라인 서명자는 16만명을 넘어섰다. 영국의 한 캠페인 전문사이트에는 “평창올림픽 스폰서십을 철회해 달라”는 글이 있으며, 1만명 서명을 목표로 한 이 글은 7월 25일 현재 9133명이 참여했다.

영국의회에서도 청원 홈페이지에 개고기 거래 금지 촉구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으며, 7월 26일 현재 10만명 넘게 서명했다. 청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정부가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을 외국인들이 보지 못하도록 은폐했기 때문에 지금도 보신탕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유력 정치인 메켈레 브람빌라 의원은 지난 7월 22일 밀라노 시내에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와 열악한 개사육환경을 다룬 ‘한국, 공포의 식사’라는 제목의 비디오를 상영하고, 개고기 반대캠페인을 진행했다. 관광장관 출신인 브람빌라 의원은 “한국인의 개고기 식용이 중단되지 않으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평창올림픽을 보이콧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익보호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그는 의회 차원의 문제제기와 전 유럽의 보이콧운동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개장국(보신탕)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88서울올림픽 때였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인을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으로 비난하면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파리 태생의 배우, 가수, 모델인 브리지트 바르도(BB)는 1950-60년대를 풍미한 섹스 심벌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은퇴 이후에 ‘동물권익보호 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프랑스 사회에서 反이슬람, 反동성애,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1932-2016) 교수(볼로냐대)는 개고기 문화를 비판한 브리지트 바르도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는 “한국인이 프랑스 사람처럼 개고기를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바르도는 결속주의(結束主義) 파시스트로밖에 볼 수 없으며, 어떤 동물을 잡아먹느냐의 문제는 인류학적 문제다. 그런 면에서 바르도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둔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에코 교수는 “상이한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하며, 감수할 수 있는 것과 감수할 수 없는 것과의 사이에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는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은 그 사회의 풍속이고 문화이며 오래된 전통이다. 식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므로 다른 민족의 식문화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 임순례 영화감독)에 따르면 국내에서 해마다 10만 마리 정도의 동물들이 거리에 버려지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어 잔인하게 도살되는 개는 연간 100만 마리에 이른다. 살아있는 개가 보신탕으로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소 5개의 현행 법률을 위반한다.

즉 △개 사육과정에서의 음식쓰레기 급식(사료관리법 제14조) △불법 개농장의 분뇨 발생과 피해(가축분뇨법 제11조)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도살(축산물위생관리법 제7조) △전기감전에 의한 도살(동물보호법 제8조) △재래시장에서 개고기 전시와 판매(식품위생법 제4조, 제5조) 등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컨퍼런스’를 8월 5일 오전 10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컨퍼런스에선 대만의 개도살 금지 법제화 경험과 중국 위린의 개식용반대 활동 등의 사례를 통하여 국내 개식용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예정이다.

한편 ‘개장국’의 이름도 개장, 구장, 자양탕,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 등 다양하다.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하며, 외국 손님에게까지 공식적으로 대접한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다룬 최초의 우리말 요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1598년)에는 ‘견장’, <산림경제>(山林經濟, 1715년)에는 ‘개고기곰’, <부인필지>(婦人必知, 1908년)에는 ‘개고기국’,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1924년)에는 ‘지양탕(地羊湯)’으로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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