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띡’을 소개합니다···”살아 숨쉬는 예술·영혼”
“Batik, the soul of Indonesia” 6월 22~27일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인니문화연구원이 기획한 전시회는 ‘클래식 바띡’(Part1), ‘컨템포러리 바띡’(Part2)을 테마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띡을 소개했다. 국제 문화교류 전시회인 셈이다. <아시아엔>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전통적인 옷감인 바띡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
[아시아엔=김소은 인도네시아 문화유투버] 인도네시아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섬나라? 발리? 세계 최대 무슬림국가? 아니면 인도? 그렇다. 풍부한 자원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고 젊은층 인구가 많아 소비력이 높은 나라. 이곳의 숨겨진 저력을 보고 진출기회를 노리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한류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이 거대한 나라를 세계는 아직 잘 모르고 별로 주목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국인 역시 마찬가지다.
크지만 아직은 작아 보이는 나라 인도네시아. 하지만 이곳에서 십수년 청소년 시기를 보낸 필자에게 이 나라는 제2의 고향이다. 내게 인도네시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Batik’(바띡)이다.
바띡은 인도네시아 직물의 대명사로 전통문양이 새겨진 천을 말하며 그 천으로 만든 전통의상을 ‘Kebaya’(끄바야)라고 한다. 바띡은 인도네시아 지역별로 무늬와 텍스처가 다르고 다양하다. ‘자바의 영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자바인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그 문양에는 그들의 우주관과 철학, 인생관, 문화적 배경, 지역 특성, 생활양식 등이 내재해 있다. 바띡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간다면 인도네시아와 인도네시아인들에 대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바띡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5세기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의 인도네시아 힌두왕국에서 바띡 문양이 발견됐으며, 이집트와 중동지방에서도 5-6세기의 바띡 문양이 그려진 천 조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하여 천에 무늬와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하다 12세기부터는 ‘Canting’(짠띵)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더욱 정교하고 섬세한 무늬를 그려기 시작하였다. 1850년경 ‘Cap’(짭)이라는 새로운 도구의 등장으로 대량생산과 다양한 바띡 상품과 문양 제작이 가능해졌다.
바띡은 20세기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현재진행형으로 지금까지 아름다운 매력을 쏟아내고 있다. 1920년 화학염료가 등장해 염색 기법과 색상이 다양해지고 작업시간이 단축됐다. 그뿐 아니라 Azmiah bint Jancik(아즈미아 빈트 잔찍), Anita Asmaya Sanin(아니따 아스마야 사닌), Harry Darsono(하리 다르소노) 같은 바띡 장인들이 등장하며 바띡은 르네상스를 맞아 발전과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바띡 사랑’은 장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민들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1945년 8월17일 독립 이후 Soekarno(수까르노) 초대 대통령은 독립의 상징으로 바띡 착용을 독려하였다. 또 Soeharto(수하르또) 제2대 대통령은 1971년 바띡을 공무원 복장으로 지정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09년 10월2일 바띡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10월2일을 ‘바띡의 날’로 정했으며 매주 금요일 국민들은 바띡을 자랑스럽게 착용하고 활동한다.
바띡은 Malam(말람), Canting(짠띵), Cap(짭) 같은 도구로 제작되며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Batik Tulis(바띡 뚤리스)로, 짭을 사용하여 손으로 그리는 방식이 있다. 둘째는 Batik Cap(바띡 짭)으로 도장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마치 판화처럼 Cap(찍다는 뜻) 찍어낸다.
셋쩨는 Batik Kombinasi(바띡 꼼비나시)라 하여 짠띵과 짭을 함께 사용하여 제작하는 바띡이 있다. 반복되는 문양을 짭으로 찍고 섬세한 문양은 짠띵을 사용하여 그린다.
바띡을 빛나게 하는 중요한 요소는 섬세함과 정교함을 바탕으로 한 인내심과 정결함 그리고 사랑이다. 이렇게 살아 숨쉬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바띡 장인들은 모두 5가지의 제작과정을 거친다.
첫째, 천을 준비하는데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삶고 풀을 먹여 말린 후, 천이 말람(왁스 혼합물)과 염료를 잘 흡수하도록 다듬이질을 한다.
둘째로는 준비된 천에 밑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녹인 말람으로 다시 문양을 그린다. 이어 셋째로 다양한 천연재료를 이용해 말람이 덮이지 않은 부분만 염색한다.
네번째로 천을 삶아서 말람을 없애거나 칼로 긁어낸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다른 문양을 그리거나 다른 색깔을 입히기 위해 위의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과 비교해 바띡의 특징은 화려한 색깔과 역동적인 문양에 있다. 이러한 색깔 측면의 특징은 각국의 기후하고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4계절이 없고 건기, 우기만 있는 열대지역에서의 각종 식물과 풍경의 색깔은 파스텔톤보다는 원색에 가까운 진한 색깔이 많다. 지역적 특징으로는 내륙지방(중부 자바인 Jogja, Solo)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바띡과 북부 해안지방인 Cirebon과 Pekalongan을 중심으로 하는 해안바띡이 있다.
전통바띡은 12세기부터 왕궁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Jogja바띡은 기하학적이고 상징적인 문양이 많고 장엄하고 품위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Solo바띡은 우아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해안바띡 중 하나인 Cirebon바띡은 해안지역이지만 왕궁이 있어 웅장하고 특히 이슬람과 중국 영향을 받은 문양이 많다. Pekalongan바띡은 왕궁이 없는 지역으로 시대의 흐름에 매우 민감한 것이 특징이다.
바띡의 화려함과 역동성과 함께 자바인들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함이 적당히 결합되어 있는 외유내강을 느낄 수 있다. 바띡은 단순한 전통 천이 아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역사와 정서, 문화가 담겨져 있는 고귀한 예술작품이다. 바띡을 알면 인도네시아 사람과 그들의 다양한 문화를 읽을 수 있다. (글을 쓰면서 <Batik the soul of Indonesia>를 참고했다. 이 책은 현재까지 나온 도서 가운데 바띡에 대해 가장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