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은의 인니 통신] 인도네시아의 한국 다문화가정 어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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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소은 <아시아엔> 통신원, 인도네시아 문화유튜버]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 교민은 유동인구를 포함해 4만~5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인 다문화가정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부친인 중국계인 경우보다 한국인인 다문화가정이 더 많다고 한다. 또한 다문화가정 안에서의 빈부격차가 심한 편이라 잘사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대부분이 학기당 4백만원 이상의 학비를 지불해야 하는 자카르타 소재 한인학교(Jakarta Indonesia Korean School, JIKS)에 다니지만 그렇지 않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비가 거의 없는 현지인 학교도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JIKS에 재학중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모두 51명 정도다.

이런 어려운 형편에 처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이 사는 곳이 공단지역 두곳인데 바로 찌까랑 지역과 땅그랑 지역이다. 안타깝게도 이 지역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라 필자는 땅그랑 지역 다문화가정아이들과 교류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써보려 한다.

땅그랑 소재의 찌뜨라라야에는 ‘무지개공부방’이라는 곳이 있다. 고재천 선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곳이다. 이곳 아이들은 한국인 아버지와 현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로 한국이름과 인도네시아 이름 모두 갖고 있지만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 아이는 한국어를 못하고 아버지는 인도네시아어를 못하며 경제능력도 부족해 대부분 아이들이 아버지와의 소통이 안 되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아버지마저 한국으로 귀국해 연락이 끊겼거나 경제 도움조차 받지 못해 더욱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고재천 선교사는 인도네시아 내 몇몇 한국기업들에서 후원받아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또 자원봉사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한국어·태권도·합창·영어·컴퓨터 등의 방과후 지도를 하고 있다.

필자는 2010~2014년 대학 재학 중 그곳 아이들에게 합창을 지도한 바 있다. 처음 그 아이들을 봤을 때의 인상은 그저 놀라움과 안타까움뿐이었다. 한국이름을 가졌지만 한국문화는 물론 한국어조차 아예 할 줄 모르고 한국은 그저 먼 나라로만 막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었다.

한국어보단 인도네시아어가 더 익숙하고 그곳 현지인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더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 너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꿈을 크게 꾸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필자는 한국 노래를 통하여 조금이나마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한국 정서와 문화를 심어주길 바랬다. 처음에는,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맘속 깊이 자리잡혀 있을 아이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고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필자를 그들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음악에 문외한이고 어려운 한국어로 된 낯설고도 생소한 한국동요들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들은 잘 따라해 매년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재작년에는 무지개공부방 첫 졸업생이 처음으로 한국의 대학교에 입학하여 무역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런 아이들을 통해서 필자는 아직 작고 여린 무지개공부방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밝은 미래를 본다. 아직은 한국 사회 내부의 이들에 대한 차별이 다소 남아있지만, 그들이 바르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넌 정말 잘할 수 있어~!” 하고 많이 격려해 주고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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