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한국어 열풍’···고교 9곳 제2외국어 채택, 조코위 졸업 가자마다대학교 등 4대명문 한국어학과 개설
[아시아엔=김소은 인도네시아 문화 유투버] 지난 수년간 전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한류. K-pop, K-drama뿐 아니라 기계, 기술, 미용, 패션, 스포츠, 비즈니스, 경영 노하우, 음식까지 그 어느 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 4위의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에서 한류는 2002년 <가을동화>의 현지방영으로 본격 시작되었다. 당시 인도네시아 방송에서는 주로 중국이나 인도 드라마 및 영화를 방영하였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한국인인 필자를 중국인과 잘 구분하지 못하며 신기하게 여기던 기억이 새롭다. 현지인들이 처음으로 애절한 내용의 한국드라마를 접한 후 “드라마 정말 잘 보고 있다”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얼마나 신기하고 뿌듯했던지…뒤 이어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그리고 2002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 및 K-pop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에 관심을 넘어 동경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것에서 발전되어 한국언어에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인도네시아인들은 단순히 문화뿐 아니라 경제, 기술 등 다방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을 보며 ‘코리안 드림’을 품기에 이르렀다.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는 한국기업의 증가, 한국에서의 외국인근로자 수요 및 유학생 증가, 다문화가정 급증 등으로 Topik(한국어능력시험)을 필수로 치르게 되면서 현지인의 본격적인 한국어 배우기가 시작됐다. Topik은 유학 등을 위한 Topik과 근로자 파견을 위한 EPS-Topik 등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매년 2만~3만명 정도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응시하며 근로자용 EPS-Topik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한국기업은 좋은 이미지로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 2개 언어구사가 잘 되는 인재들을 찾고 있다. 또한 매년 EPS-Topik에 합격한 8000~1만명 내외의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이 본국보다 월급이 5~10배 많은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인도네시아 한국어 열풍에 큰 몫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의 찌아찌아족이 과학적인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자신의 말을 한글로 표기하기 위해 한글을 문자로 받아들였다. 2011년부터 자카르타의 실업계고교 9곳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여 정규과목으로 수업하고 있다. 5년 내 200개 고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어학과가 개설돼 있는 인도네시아 대학교는 Universitas Indonesia, Universitas Gadjah Mada, Universitas Nasional, Universitas Pendidikan Indonesia으로 4곳에 이른다. 또 한국어 어학 프로그램이 있는 대학교는Universitas Hasanudin, Universitas Kambung Mangkurat, Universitas Diponegoro로 3곳이다. 이밖에도 한국문화원 등 수많은 일반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수만명의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이 한국어와 이를 통해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실제 Universitas Indonesia(인도네시아 국립대)의 한국어학과 졸업생들은 100%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만 해도 한국은 거의 알려지지 않는 나라,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된 나라로 인도네시아에서 존재감이 매우 낮았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열광하는 인도네시아인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