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영화 ‘동주’①] ‘2016 아자 어워드’가 이준익 감독에게 돌아간 이유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이 1941년 11월 발표한 ‘서시’(序詩)는 읽을 때마다 경건한 마음이 들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이 사는 정심(正心)을 다져보는 계기가 된다.
지난 3월 필자는 영화 <동주>를 관람하였으며, 지난 15일에는 이준익 감독을 만났다. 아시아기자협회(AJA)가 주관한 ‘2016 자랑스런 아시아인상’ 수상식 자리에서였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자스민 국회의원(새누리당), 이준익 감독 등 3명과 라인코퍼레이션이 ‘AJA Award 2016’를 수상했다.
이준익(李濬益, 1959년생) 감독은 영화 <동주>를 통해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제국주의 시절 겪어온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를 현재화시키고 세계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크게 기여한 공적으로 ‘2016 자랑스런 아시아인’으로 선정됐다. 이준익 감독은 1993년 영화 <키드캅>으로 데뷔하였으며, 영화 10여편을 감독했다. 2006년에는 대종상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금년에 창립 11주년을 맞은 아시아기자협회(Asia Journalist Association, AJA)는 초대 회장에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상기 기자가 선임되었으며, 아이반 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즈> 선임기자에 이어 금년에 아시라프 달리 쿠웨이트 <알아라비 매거진> 편집장이 제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필자는 AJA 온라인 <AsiaN>과 월간지 <매거진N>의 논설위원 자격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여 수상자들을 만났다.
영화 <동주(DongJu, The Portrait of A Poet)>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흑백영화이다. 윤동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또한 윤동주의 동갑내기 고종사촌 송몽규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다.
영화는 윤동주의 고뇌를 부각시키기 위해 그의 동갑내기 고종사촌인 송몽규(宋夢奎, 1917-1945)를 함께 조명하여 윤동주의 내면주의와 송몽규의 행동주의를 대비시켜 부당한 시대와 싸우는 기본적인 두 자세를 성찰하게 하였다. 예전에 윤동주의 시를 순수시(純粹詩)로 볼 것인가, 저항시(抵抗詩)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윤동주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옥사(獄死)했다는 점에서 그를 저항시인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윤동주의 섬세한 내면에 주목한 사람들은 그를 순수시인으로 보았다.
영화는 조국을 떠나 북간도(北間島) 용강 땅에서 시인의 꿈을 키우던 학생 윤동주의 삶을 조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30일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아버지 윤영석과 어머니 김용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명동촌(明東村)은 1899년 함경북도 종성과 회령 출신의 네 가문의 식솔(食率) 140여명이 집단 이주해 세운 한인마을로, 두만강과 마주한 간도지방의 동부인 북간도 한인 이주사(移住史)에 이정표를 마련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