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는 왜 졸혼(卒婚)을 권했을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가정의 달 5월엔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그리고 21일 부부의 날 등이 있다.

‘부부(夫婦)의 날’은 1995년 5월 21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경남 창원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주창자인 권재도 목사는 1995년 어린이날에 “우리 엄마ㆍ아빠가 함께 사는 게 소원”이라는 한 어린이의 TV 인터뷰를 보고 충격을 받아 ‘부부의 날’ 운동을 시작했다.

2003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에서 결의되면서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날짜는 해마다 5월 21일이며,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The Two shall become One)는 뜻이 담겨 있다.

부부의 날은 핵가족시대의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만 이혼문제, 아동학대, 청소년문제, 고령화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부부의 날 위원회는 결혼 70~80년 이상 된 ‘장수부부상’(長壽夫婦賞) 수상자 인터뷰에서 얻은 결론으로 다음과 같은 ‘부부 백년해로(百年偕老) 헌장’을 만들었다. △인내(忍耐)하며 다툼을 피하라 △칭찬에 인색치 말라 △웃음과 여유를 가지고 대하라 △서로 기뻐할 일을 만들라 △사랑을 적극 표현하라 △같이 즐기는 오락이나 취미를 만들라 △금연(禁煙), 절주(節酒)하고 건강을 지켜라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매년 혼약(婚約)갱신선언을 하자 △부부교육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자 등이다.

부부생활 십계명(十誡命)은 다음과 같다. (1)두 사람이 동시에 화내지 마세요. (2)집에 불이 났을 때 이외에는 고함을 지르지 마세요. (3)눈이 있어도 흠을 보지 말며, 입이 있어도 실수를 말하지 마세요. (4)아내나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5)아픈 곳을 긁지 마세요. (6)분을 품고 침상에 들지 마세요. (7)처음 사랑을 잊지 마세요. (8)결코 단념하지 마세요. (9)숨기지 마세요. (10)서로의 잘못을 감싸주고 사랑으로 부족함을 채워주도록 노력하세요.

기네스북(Guinnes Book of Records)에 최장기 결혼기록 보유자는 영국의 애로스미스(Aerosmith) 부부로 2005년 당시 남편 퍼시는 105세, 아내 플로렌스는 100세로 결혼기간(80년)과 부부 나이 합산(205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들 부부의 금슬(琴瑟)비결은 타협과 양보였으며, 다툼거리는 부부가 같이 풀었으며 다툰 채로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기네스북은 아일랜드 기네스 양조회사(Guinness Brewery) 사장 휴 비버(Hugh Beaver) 경(卿)에 의해 1951년 탄생했으며, 우주의 모든 사물과 현상에 있어서 세계최고기록을 모은 책이다.

결혼기념일(結婚記念日)을 나타내는 한자어(漢字語)에는 1주년 지혼식(紙婚式)부터 60주년 회혼식(回婚式)/금강석혼식(金剛石婚式)까지 있다. 예를 들면, △10주년 석혼식(錫婚式) △20주년 자기혼식(磁器婚式) △30주년 진주혼식(眞珠婚式) △40주년 벽옥혼식(碧玉婚式) △50주년 금혼식(金婚式) △55주년 비취혼식(翡翠婚式)이라 한다.

부부가 결혼한 날을 기념하여 축하하는 결혼기념일은 유럽의 기독교 국가에서 매년 결혼한 날에 축하예배를 하던 것에 유래됐다. 결혼 50주년을 기념하는 금혼식은 25주년 기념일인 은혼식(銀婚式)과 더불어 대표적인 결혼기념일 행사이다. 금혼식 때는 결혼식 때 참석했던 하객(賀客)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고, 부부는 신랑ㆍ신부로 불리며 각자 결혼식 때 사용했던 물건을 한 가지씩 몸에 지닌다. 서양 풍속에는 금혼식에 부부가 서로 금으로 된 선물을 주고받는다.

한편 요즘 황혼이혼(黃昏離婚), 즉 결혼생활을 20년 이상을 한 부부의 이혼이 늘고 있다. 법원행정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이혼 사건 전체 11만 5510건 가운데 황혼이혼이 3만 3140건으로 28.7%를 차지했다. 즉 이혼한 부부 4쌍 중 1쌍은 황혼 이혼에 해당한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가 45.8%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경제문제 11.6%, 배우자 부정 7.6% 순이었다.

황혼 이혼 비율은 지난 2012년 신혼부부 이혼 비율을 추월하였으며, 2010년 23.8%에서 2011년 24.85%, 2012년 26.4%, 2013년 28.1%로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황혼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권리 의식이 높아지는 동시에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뒤늦게라고 ‘내 인생을 찾겠다’는 노년 부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60세에 홀로 되면 2013년을 기준으로 남성은 22년, 여성은 27년을 홀로 살아야 한다.

또한 중ㆍ노년층의 재혼에 대한 사고방식도 개방적이다. 중년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별(死別) 또는 이혼 후 다른 이성을 사귀는 것에 대해 49%가 찬성했으며, 재혼에 대해서도 40%가 찬성했다. 반대는 각각 28%와 36%였다. 한편 60대 이후 재혼을 할 경우 걸림돌은 자녀의 의견(42.6%), 본인의 건강(25.5%), 재산ㆍ상속문제(24.7%) 순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이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는 주요이유는 재산 상속 등의 문제로 가족간의 불화가 생길 수 있다(32%),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31%) 등이다.

그간 황혼 이혼은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황혼 이혼을 고민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즉 과거에는 평생을 남편의 기세에 짓눌려 살아온 아내들이 이혼 요구를 주로 했으나 요즘은 남편들이 먼저 이혼 요구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십 년을 바쁜 직장 생활에만 몰두했던 남성들이 퇴직 이후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존감(自尊感)을 잃은 남편은 아내한테 천덕꾸러기 대접받고 사느니 혼자 사는 것이 낫다는 ‘홀로서기’ 생각이 황혼 이혼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0~75세 중 부부끼리만 사는 비율은 1985년 17%에서 2011년 48%로 늘었다. 이에 부부끼리만 사는 인구가 약 19만명에서 260만명으로 급증했다. 따라서 은퇴 시기는 당겨지는 반면 기대여명(餘命)은 늘어나는 이들 부부는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예를 들면, 60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985년 평균 14년에서 금년에는 22년으로 늘었기 때문에 22년을 부부 둘이서만 지내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황혼기 부부가 여전히 서로 사랑하지만, 각자의 꿈을 위해 별거(別居)하는 졸혼(卒婚)이 확산되고 있다. ‘졸혼’이란 ‘졸업’과 ‘결혼’이 합쳐진 신조어로서, 일본 여류작가 스기야마 유미코(衫山由美子)가 2004년에 출판한 책 <결혼을 졸업하길 권함>에서 처음 사용했다. 작가는 “오랜 결혼 생활을 지속해 온 부부가 결혼 의무에서 벗어나 각자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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