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페스티벌①] 좋은 차 고르려면 모양, 색, 향 살펴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술을 좋아하는 민족은 망(亡)하고, 차를 좋아하는 민족은 흥(興)한다”고 했다. 정약용의 후견인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正祖, 재위 1776-1800)였으나 1800년 정조가 갑자기 승하하면서 고난이 시작되었다. 1801년 신유사화(辛酉士禍)로 18년 동안의 유배생활이 시작되었다. 57세 때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인 마현으로 돌아와 75세의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실학사상을 집대성하였다.
‘올해도 햇차 한잔을 올립니다’ 첫물차를 정갈한 석간수(石間水)로 우려 초당(草堂)에 모신 다산(茶山) 선생의 영정(影幀) 앞에 올려 천신제(薦新祭)을 지내면서 드리는 축문(祝文)이다.
차(茶)를 벗해 호를 다산(茶山)으로 삼고 전남 강진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정약용은 자신의 학문을 더욱 연마해 육경사서(六經四書) 연구를 비롯해 일표이서(一表二書, <經世遺表> <牧民心書> <欽欽新書>) 등 모두 500여 편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우리나라 문화 인물로는 처음으로 정약용 선생이 유네스코 ‘2012년 세계문화인물’로 선정됐다.
다산이 귀양에서 풀려 고향으로 돌아갈 즈음엔 18명의 제자가 있었다. 제자들은 스승이 떠나면 헤어질 것을 염려해 우리나라 최초의 차회(茶會)라고 할 수 있는 ‘다신계절목(茶信契節目)’이란 문서를 남겼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제자들과 덖어 마신 찻잎을 공급한 수령 200년이 넘는 야생 차나무가 있으며, 다신계(茶信契)의 신의를 지키려는 듯 봄이면 작설(雀舌) 잎을 피워낸다.
‘다신계절목’의 덕목(德目)은 다산의 철학이 담긴 신의(信義)이다. 다신계는 모두 8조항이며, 3조항에는 “곡우(穀雨)에 엽차를 따서 1근을 만들고, 입하(立夏)에 늦차를 따서 떡차 2근을 만든다. 이 엽차 1근과 떡차 2근을 시와 편지 등과 함께 경기도 양주군 마석에 있는 스승의 댁에 보낸다”라고 써있다.
다산의 막내 제자 윤종진의 후손으로 강진군수를 지낸 윤동환씨는 다신계의 덕목을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즉, 첫차를 우려 초당의 다산 선생 영정에 올리고 다산 선생 종가에도 차를 보내고 있다. 윤동환씨는 다산의 학문적 뿌리를 알리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다산초당’을 찾는 사람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다산의 학문적 뿌리를 알리는 ‘다산학당’과 다산의 차(茶) 정신을 전하기 위해 ‘다신계문화원’ 현판도 걸었다.
차는 보통 봄에 많이 나오며, 봄철에 막 나온 차를 ‘햇차’라고 한다. 곡우(穀雨, 4월 20일) 전후에 따는 잎으로 만든 녹차(綠茶, green tea)를 우전차(雨前茶)라 부르며 최상품으로 친다. ‘첫물차’인 우전차 수확 후 약 1개월 후 처음 찻잎을 딴 곳에서 돋아난 여린 잎을 두번째로 따고(두물차), 다시 1개월 지나서 세번째로(세물차), 그리고 8월 하순에 네번째로 잎(네물차ㆍ끝물차)을 딴다. 찻잎을 따는 시기가 늦을수록 품질은 떨어진다.
좋은 차를 선택하려면 찻잎의 외형, 향(香), 색 등을 잘 살펴야 한다. 녹차는 겉모양이 가늘고 광택이 있으며 잘 말린 것이 좋다. 잎차 중 연황색을 띠는 묵은 잎이 섞여 있지 않은지 살피며, 손으로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 상품(上品)에 속한다. 차는 온도가 높거나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하면 차의 주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과 엽록소가 산화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