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페스티벌②] 식후 진한 녹차는 소화불량 원인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일반적으로 다산을 실학자로만 생각하지만, 한의학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시인 조지훈의 부친이자 우리나라 동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조헌영은 1935년 쓴 글에서 “다산은 조선 최고의 한의학자”라고 평가했다. 다산은 “음식이 곧 약”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주장했다. 다산이 백성의 건강을 위한 산야초 비방책은 무궁무진하다.
차(茶)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음료로서 중국에서는 5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차를 처음 발견한 것은 전설상의 제왕 신농씨이다. 신농씨가 직접 산과 들에서 나는 여러 식물을 먹어 보면서 식용이 가능한 것을 가려내던 중 독초에 중독이 되었는데 마침 떨어진 찻잎을 먹고 해독이 되었다고 한다. 차는 처음에는 약제로 사용되었으며, 780년경 당(唐)나라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서부터 기호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예부터 차는 장수음료로 알려져 108세를 맞는 해를 차수(茶壽)라 하였다. 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물질 중 가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공양물로 이용되었다. 또한 차는 투명하고 맑은 덕성(德性)을 지닌 것이 군자와 같다고 하여 사대부 사이에서는 차를 가까이 하는 것이 고상한 취미로 인식되었다.
중국 당(唐)나라 다경(茶經)에는 “정신을 맑게 하려면 차를 마신다”는 구절이 있다. 조선시대 <다부>(茶賦)에는 녹차의 다섯 가지 공(功)과 여섯 가지 덕(德)에 관한 설명이 있다. 즉 다섯 가지 ‘공’은 1)책을 볼 때 갈증을 없애준다 2)울분을 풀어준다 3)손님과 주인의 정(情)을 화합하게 한다 4)뱃속 기생충으로 인한 고통을 없앤다 5)술을 깨게 한다 등이다. 한편 여섯 가지 ‘덕’은 1)오래 살게 한다 2)병을 낫게 한다 3)기운을 맑게 한다 4)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5)신선(神仙)과 같게 한다 6)예의를 갖추게 한다 등이다.
녹차의 떫은맛은 카테킨(catechin)이라 불리는 탄닌의 일종으로 차 성분의 8-15%를 차지하며 찻잔 한잔에 녹아 나오는 카테킨의 양은 70-120mg이다. 카테킨은 항암(抗癌) 효과와 혈관 건강을 지키는 기능을 하며,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을 약화시키므로 감기예방에 도움이 된다. 일본 고베대학 후쿠다 교수는 연구를 통해 카테킨 성분이 다이옥신의 독성을 줄이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차에는 비타민류가 풍부히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C는 레몬의 5-7배 정도, 카로틴은 당근의 10배 가까이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B군, 비타민E, 비타민P 등도 들어 있다. 비타민C는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며, 흡연 때 파괴되는 비타민C를 보충해준다. 비타민B와 C는 수용성(水溶性)이므로 침출액이 녹아 나오지만, 비타민A 전구체(카로틴)와 E는 지용성(脂溶性)이므로 차를 마신 후 남은 찻잎을 기름과 함께 먹으면 좋다.
식이섬유가 평균 12% 함유되어 있어 대장암(大腸癌) 예방에 효과가 있다. 차 한잔에 15-10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으며 피로회복, 각성(覺醒)효과, 대뇌자극, 강심작용, 이뇨 작용 등에 효능이 있다. 녹차의 카페인은 카테킨, 테아닌과 결합되어 있어서 섭취 후 2-3시간이면 배설된다.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되는 불소(弗素), 여러 가지 약효가 있는 사포닌,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미네랄 등이 차에 함유되어 있다.
차에는 사포닌이 약 0.1% 함유되어 있으며, 미네랄 중 칼륨이 풍부하다. 미네랄은 혈액의 알칼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영양소이다. 녹차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아 주며 모공을 줄이고 주름을 펴주므로 녹차를 우린 물에 세수를 하면 좋다. 또한 녹차를 마시고 운동하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먼저 사용되므로 효과적으로 체지방을 줄일 수 있다.
주의사항은 식사 직후 진한 녹차를 마시면 음식의 단백질, 철 등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여 소화불량이나 영양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탄닌이 철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므로 철이 함유된 빈혈약을 복용할 때는 60분 정도 간격을 두고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카페인의 각성 작용이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심계항진, 두통, 이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