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뉴질랜드 가볼만한 곳①] 뉴질랜드 남섬···환상적인 크라이스트처치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전문기자] 호주에서 이틀 동안의 짧은 관광을 마치고 2월 25일 아침 8시 뉴질랜드항공편으로 시드니를 떠나 호주의 형제 나라인 뉴질랜드의 남섬에 위치하고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로 향했다. 시드니~크라이스트처치 비행시간은 약 3시간 10분 소요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호주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지만, 뉴질랜드와는 1994년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어 단기간(최대 90일)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0km 떨어져 있는 섬나라로 두개의 큰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양(羊)들의 고향인 뉴질랜드는 쿡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북섬과 남섬으로 나누어진다. 전체 인구의 75% 이상이 기후가 따뜻한 북섬에 모여 살고 있으며, 남섬은 빙하 지형을 비롯하여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뉴질랜드 인구는 약 440만명이며 종교는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 등이 있다. 호주의 시드니와 캔버라처럼, 뉴질랜드도 문화의 수도 오클랜드와 행정수도 웰링턴을 분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양모 수출국인 뉴질랜드에서는 넓은 초원을 거니는 수많은 양떼들을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세계적인 목축국가로서, 양털을 비롯한 양고기, 버터, 치즈 등을 수출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국립공원도 많아 관광산업도 발달하였다.
오후 1시 10분경에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관광가이드(김종생氏)를 만나 남섬(南島) 크라이스트처치 시내관광을 시작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정치, 경제, 문화, 관광의 중심지로서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다운 도시’, ‘정원의 도시’ 등의 별칭으로 불렸다. 그러나 현재는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어서, 관광객들은 교통의 요충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22일 오후 12시 51분에 릭터 규모 6.3의 지진으로 한국인 학생 2명을 포함해 185명의 사망자와 더불어 도시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부서져 뉴질랜드 사상 최악의 재해로 기록되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피해액은 160억 뉴질랜드 달러(미화 120억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대성당 건물이다.
지진이 휩쓴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머물던 호텔도 지진으로 파괴되어 새로 건축한 건물이었으며, 주변에는 지진으로 부셔진 건물 잔해를 치운 공터가 많았고 일부 건물들은 공사 중이었다. 지진은 계속 일어나고 있어 금년 2월 14일에는 규모 5.8 지진이 일어났으며, 우리 일행이 머무는 동안에도 새벽에 한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뉴질랜드는 태평양 지역에서 지진이 다발하는 ‘불의 고리’에 위치하고 있다.
일행은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를 가로 질러 굽이 흐르는 에이번강과 시민의 휴식처로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헤글리공원, 그리고 공원 한편에서 1년 내내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을 볼 수 있는 보타닉가든을 방문했다. 강폭이 넓지 않은 에이번강에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38개의 다리 가운데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전장으로 떠나는 군인들이 지나갔다는 ‘추억의 다리’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크라이스트처치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녹지대와 공원이 있지만, 그 중에서 헤글리공원은 도심 절반을 차지할 정도의 규모가 크며 식물원과 미술관을 갖춘 최고의 공원이다. 보타닉 가든의 ‘장미정원’에 피어있는 250여 종의 아름다운 장미들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2월 26일 금요일 아침 식사 후 전용버스를 타고 남섬의 동부 윗쪽에 위치한 크라이스트처치를 출발하여 남섬의 서쪽 끝자락쯤에 위치한 아름다운 휴양의 도시 퀸스타운으로 약 500km를 달렸다.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휴양도시 ‘퀸스타운’은 여왕이 살아도 될 만큼 기품 있고 아름다운 도시라는 의미이다. 이 도시는 천혜의 자연을 활용한 각종 레포츠가 발달하였다. 여름에는 호수를 따라 래프팅과 제트스키 등을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기 위해 스키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오염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캔터베리대평원은 평지의 비옥한 옥토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와 퀸스타운의 중간 지점에 있는 테카포는 해발 710m의 작은 마을로, 맑은 공기와 함께 서던 알프스의의 전경을 바라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꼽히는 쪽빛 호반의 마을이다. 마을보다 훨씬 큰 테카포 호수는 쪽빛에 우유를 풀어놓은 듯한 ‘밀키 블루’이다. 밀키 블루의 비밀은 빙하 녹은 물에 주변의 암석 성분이 녹아들어 부드럽고 풍부한 물빛이 된 것이다.
수량이 풍부한 이 일대는 뉴질랜드 최대의 수력발전지대이다. 테카포 호수를 포함해 모두 여섯 개의 호수가 수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호수 사이의 낙차를 이용해 수력발전을 한다. 뉴질랜드는 주로 수력발전, 풍력발전 등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테카포 호숫가에 있는 착한 양치기의 교회(Church of Good Shepherd)는 개척시대 때 양치기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현재에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이곳에서 예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1935년 세워진 이 교회 제단 뒤창을 통해 바라보는 아름다운 테카포 호수와 눈 덮인 서던 알프스의 경관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 필자는 교회 안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 교회 바로 옆에 양몰이 개의 동상(Boundary Dog Statue)을 찾아보았다.
테카포 호수에서 국도를 따라 45km쯤 가면 물빛이 환상적인 푸카키호수(Lake Pukaki)가 나타난다. 푸카키호수는 마운트 쿡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어, 차고 고요한 호수 뒤로 눈 덮인 마운트 쿡이 병풍처럼 펼쳐져 관광객들에게 황홀하게 다가온다.
해발 3,754m의 마운트 쿡(Mount Cook)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남섬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 산맥의 높은 산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마운트 쿡을 중심으로 해발 3000m가 넘는 18개의 봉우리가 계곡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다. 마운트 쿡을 둘러싸고 있는 광대한 지역이 198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공식명칭은 ‘마운트 쿡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마오리 원주민들은 이곳을 아오라키(Aoraki) 즉 ‘구름을 뚫는 산’이라고 부른다. 정상에 쌓여 있는 웅장한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는 데카포호수까지 이른다.
푸카키호수와 테카포호수를 잇는 인공수로에서 양식한 연어(?魚, salmon)회를 맛보았다. 이곳 연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항생제나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양식을 한 것으로 맛이 색달랐다.
퀸스타운 호텔에 투숙하여 2월 27일 토요일 조식 후 남섬 관광의 백미인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관광에 나섰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테아나우, 맑은 수면에 거울처럼 주변풍경을 비추는 ‘거울호수’,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악천후 속에서도 완공된 ‘호머터널’, 그리고 약 1만2천년전 빙하에 의해 형성된 ‘밀포드 사운드’ 등을 돌아보았다.
퀸스타운에서 약 4시간 걸리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는 뉴질랜드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이다. 웅장한 산과 단애절벽, 빙하 녹은 물이 흘러 폭포를 이루는 장관을 크루즈를 타고 우러러보이는 기암절벽과 변화무쌍한 바다는 관광객들을 압도했다. 이곳의 산들은 빙하에 의해 수직으로 깎인 피오르드(fiord)지형으로 노르웨이의 송네 피오르드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송네 피오르드(Songne Fiord)는 필자의 아내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YWCA 국제친선부 임원들과 함께 지난 1999년 7월 유럽에 입양된 한국인 중 YWCA 모국방문프로그램에 참가한 젊은이들 면담을 위해 북유럽을 방문했을 때 보았다. 장엄한 송네피오르(Fjord)는 해안 쪽으로 깎아지른 산 사이를 깊숙이 파고들어간 길이 204km의 협만(峽灣)이다. 빙하의 침식을 받은 급사면이 직접 바다에 빠져 있기 때문에 깊이도 1,300m에 이르는 곳도 있다.
서든 디스커버리스 크루즈(Southern Discoveries Cruise)는 프레시워터 베이슨에 있는 밀포드 부두에서 출발했다. 이 항만의 물은 해수보다 담수 비중이 높아 프레시워터라고 부른다. 3층 유람선에 탑승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선상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밀포드사운드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라이언마운틴과 마이터피크 등 기암괴석과 낙하하는 폭포수의 물안개를 직접 맞으면 10년 젊어진다는 스털링 폭포,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폭포 등 피요르드 해안의 비경을 감상하였다.
2월 28일 아침 퀸스타운 소재 명소관광을 하였다. 옛 서부시대의 탄광촌의 정취가 남아 있는 애로우타운, 제트보트 타기, 380m 높이의 세계 최고공 번지 점퍼대 등을 돌아보았다. 제트보트는 구명복을 입고 탑승하여 약 1시간 동안 운전사의 능수능란한 360도 회전, 바위에 부딪칠 것 같은 스릴 등을 느끼면서 아름다운 계곡을 빠른 속도로 돌아보았다. 이 계곡은 영국 소설가 존 톨킨(1892-1973)이 1950년 초에 발표한 판타지 장편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피터 잭슨 감독, 2001년)의 일부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뉴질랜드 근처 바투아누 섬에서 시작된 ‘번지점프’의 유래는 남편의 모진 학대를 받은 아내가 참지 못하고 집을 나와 반얀나무 위에 올라가 숨었다. 그러나 뒤쫓아 온 남편이 아내를 발견하고 나무에 오르려고 했다. 이에 다급해진 아내는 자신의 발에 넝쿨을 묶고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나무 위에 오른 남편은 아내를 쫓아 뛰어내렸으나 넝쿨을 묶지 않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사건이 있는 뒤 이 섬에 사는 기혼남성들은 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에 넝쿨을 묶고 30m 높이에서 뛰어내리면서 아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이것이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퀸스타운을 출발하여 안개 낀 산허리와 하얀 눈이 덮인 벌판, 갈색 초원 구릉지대를 경유하여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길에 점심으로 피쉬앤칩스를 먹었다. 영국과 아일랜드 전통음식인 ‘피쉬앤칩스’는 기름에 튀긴 생선(대구, 가자미 등 흰살 생선)과 감자 칩이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2013년 6월 영국과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피쉬앤칩스를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지난 100년 동안 한자리에서 피쉬앤칩스를 파는 가게(Leo Burdock)를 방문하여 조리 과정을 구경하고 음식도 먹어보았다. 이 식당은 피쉬앤칩스에 관한 한 아일랜드 최고라고 한다.
남섬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한식을 먹고 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뉴질랜드 남섬의 4일간 관광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튿날 아침 6시50분 출발하는 뉴질랜드항공편으로 북섬(North Island)의 오클랜드(Auckland)로 떠났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모여 살고 있는 ‘문화의 도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