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염라대왕이 두렵다고요? 살아 생전 베푸십시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육도윤회(六道輪廻)라는 것이 있다. 중생이 여섯 가지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죽어 간다는 뜻이다. 육도는 불교에서 중생이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고 윤회할 때 자신이 지은 업(業)에 따라 태어나는 세계를 6가지로 나눈 것이다.

여섯 세계는 지옥도(地獄道)·아귀도(餓鬼道)·축생도(畜生道)·아수라도(阿修羅道)·인간도(人間道)·천상도(天上道)다. 불교의 교의에 따르면, 삼계 중 이 세상인 욕계에 태어난 중생(衆生·Sattva)은 여기에서 한 일(業)에 따라 지옥·아귀·축생·아수·인간·천신의 여섯 가지 삶의 모습 가운데 하나를 취하여 다음 생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들 중 뒤의 세 가지 삶은 좋은 업을 이룬 이들이 돌아가는 길, 삼선도(三善道)라 부른다. 또 앞의 세 가지 삶은 나쁜 업을 이룬 이들이 지나가야 할 길, 삼악도(三惡道)다. 또한 깨달음을 성취해 감에 따라, 욕계를 벗어나 삼계(三界)의 다른 두 계인 색계(色界) 또는 무색계(無色界)에 이르게 되며, 부처의 위(涅槃)에 도달하면 삼계 속에 윤회하는 일이 그치게 된다.

우리가 죽어 저 세상에 가면 그 여섯 가지 길을 관장하는 염라대왕(閻魔大王)이 있다고 한다. 무서운 마(魔王)이다. 염라대왕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가상의 군주를 말한다. 염라대왕은 힌두교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염라대왕은 죽음을 맞이한 후 천상세계로 가는 길을 가장 먼저 발견한 존재로, 생전의 공덕으로 인해 죽은 자들의 통치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염라대왕을 그린 통도사건륭40년현왕탱
염라대왕을 그린 ‘통도사건륭40년현왕탱'<사진=위키피디아>

불교에서 염라대왕은 명부(冥府)의 시왕(十王) 중 다섯 번째 왕이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명부라 하는데, 명부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이 지장보살과 명부시왕이다. 명부에는 진광대왕에서 전륜대왕까지 10명의 대왕이 있다. 보통 살아생전 죄를 거의 짓지 않고 살다 죽은 사람은 제7 태산대왕을 끝으로 심판은 마무리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평등대왕, 도시대왕, 전륜대왕의 심판도 받아야 한다.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몇몇 경전에 묘사되어 있다. <시왕생칠경>에서는 염라대왕 앞에서 죄인이 머리채를 잡힌 채 머리를 들어 업경(業鏡)을 보고 비로소 전생의 일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이 업경에는 죄인들의 생전에 지은 일체의 선행과 악행이 비춰진다고 한다.

죄인은 염라대왕 앞에서는 고통이 더욱 심해지고 염라대왕은 호통을 치면서 “네가 여기에 온 것이 예부터 몇 천만인지 그 수를 모르겠다. 생전에 착한 일을 하여 다시 이 악처에 와서는 안 된다고 매번 알아듣도록 얘기했건만 그 보람도 없이 또 오게 되었느냐! 너라는 죄인은 의심이 많고 이치에 닿지 않는 말만 하는구나”라고 외친다고 한다.

그리고 도깨비와 함께 죄인의 조서(調書)를 읽고 죄인의 양손을 되찾아서 아홉 면을 가진 업경 앞에 이 죄인을 세운다. 그럼 하나하나의 거울에 한평생 지었던 죄업이 남김없이 비친다. 옥졸이 머리카락을 잡아채고 얼굴을 잡아당겨 거울에 들이대며 보라고 나무랄 뿐만 아니라, 방망이로 두들겨 패면 처음에는 소리를 내서 울부짖지만 나중에는 숨도 다 끊어지고 몸이 티끌처럼 부서진다고 한다.

그 무서운 염라대왕 앞에 한 노인이 섰다. 칠십을 훨씬 넘긴 노인이다. 염라대왕 앞에서 하소연을 한다. “염라대왕님! 저는 너무 억울합니다. 제게 돈을 벌게 하셨으면 그 돈을 쓸 시간도 주셔야지요. 그 많은 돈 한 푼도 못써보고 그냥 왔으니 억울해서 못 죽겠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말한다. “내가 너에게 돈 쓸 시간을 주었지만 네가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그냥 무시해버린 것 아니냐?” “언제 돈 쓸 시간을 주셨는지요?” “세번이나 알려주었지만 너는 그냥 무시하였느니라.”

“첫 번째는 너의 검은 머리카락이 횐색으로 변했을 때다. 늙음의 시작인 줄 몰랐더냐? 두번째는 너의 시력이 약해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을 때다. 죽음이 가까이 온 줄 몰랐더냐? 세번째는 너의 체력이 달려서 일을 할 때 몹시 힘들었을 때다. 죽음이 방문 앞에 서있는 줄 몰랐더냐?”

“그걸 말로 알려 주셔야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행동으로 보여주어도 돈에 눈이 어두워 모르고 지낸 너의 잘못이지 왜 나에게 원망하느냐? 너는 네 욕심만 채우다 왔으니 여기서라도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거라!” “아이고 아까워라! 그 많은 돈 한푼 써보지 못하고 아이고 억울해라!”

어떻습니까? 내 돈이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쓰고 가는 돈이 내 돈인 것이다. 염라대왕 앞에 가서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는다. 복 짓는 시늉이라도 하면 공덕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생에서 끌어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베풀고 가는 것이다. 그 공덕(功德)을 짓는 데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심 공덕(心功德)이다. 남을 위하고 세상을 구원할 마음을 가지며 널리 대중을 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구원할 마음을 가지며 널리 대중을 위하여 기도하고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둘째, 행 공덕(行功德)이다. 자기의 육근(六根, 眼 耳 鼻 舌 身 意) 작용으로 덕을 베풀고 자기의 소유로 보시를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행을 통해 남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셋째, 법 공덕(法功德)이다. 대도정법의 혜명(慧命)을 이어받아 그 법륜(法輪)을 시방 삼세에 널리 굴리는 것이다. 법 공덕은 정신 육신 물질로 도덕 회상을 크게 발전시키는 공덕으로 이 공덕이 가장 근본 되는 공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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