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감자’ 박무웅 속초문화원장의 장학생 선발 ‘지혜’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강원도 감자바위라는 말이 있다. 강원도가 감자바위라는 애칭으로 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단어다. 옛날부터 강원도는 산세가 험하여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넓은 토지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화전민들에 의해 산비탈을 개간하여 감자를 많이 심어 주식으로 애용했다.

감자바위라는 별칭은 우직스럽고 순박하고 순진한 뜻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감자 중에도 돌감자가 있다. 이 돌감자는 제대로 준비된 땅이 아닌 모래 반, 돌 반의 척박한 땅에서 생산된다. 감자를 캐면 감자에도 돌이 떨어지지도 않고 감자처럼 붙어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난 돌감자를 보며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덕화만발 가족 중에 ‘돌감자’ 박무웅이란 분이 있다. 속초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무웅 원장은 “돌 위에 감자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척박한 지역의 문화 환경 속에서도 예쁜 문화의 꽃을 피우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이 돌감자 박무웅 원장이 1975년 ‘돌감자장학회’를 설립했다.

40여년 전 박무웅 원장은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받는 빠듯한 월급을 쪼개어 형편이 어려운 시골학생들을 남모르게 돕기 시작했다. 어렵게 공부한 자신의 지난날이 늘 가슴에 남아있었기에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혼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부인조차 모르던 이 일이 하나 둘 학생이 늘어나면서 식구들과 주위에 알려졌고 1983년에는 돌감자처럼 순수한 마음을 나누며 살자는 뜻에서 ‘돌감자’라는 이름의 장학회를 정식으로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수십년 동안 장학회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에도 더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겠다고 나서 현재는 한국은 물론 중국 베트남까지 수천명의 회원들이 있다.

돌감자장학회의 목표는 참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장학회가 덩그러니 돈 몇푼 내주고 할일을 다했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나누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쏟아 그들이 참된 인간 됨됨이를 갖출 수 있도록 꾸준히 돌봐주는 것이죠.”

장학생 선발은 동사무소에서 추천을 받거나 때로는 박 원장이 직접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장학회에서 눈 여겨 보는 아이들은 주로 소년가장이나 어려운 살림의 농어촌 아이들,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는 오히려 공부를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학생들을 뽑는다.

특히 중국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이 너무 힘겹게 사는 것을 목격하고 그들을 조금이라도 돕겠다고 회원으로 뽑는다. 또한 월남에서 회원을 뽑는 이유는 월남전 당시 마구 씨를 뿌려 태어난 ‘라이따이한’의 어려운 사정을 보고 죄책감을 느껴 대신 속죄하는 기분으로 선발하고 있다.

돌감자 박무웅 원장이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왔다가 필자의 누옥(陋屋) ‘덕산재’(德山齋)를 다녀간 후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덕산 김덕권 선배님!

3일간 서울, 철원 DMZ, 예산 등의 나들이를 하느라 감사의 인사가 늦었습니다. 그리고 ‘三苦와 三禁’ 글도 잘 읽었어요. 갑작스런 방문인데도 조금도 불편함을 주지 않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후세에 영명(英名)을 남긴다는 5차 죽음을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선배님의 향기 따라 열심히 즐겁게 살도록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덕화만발 글 쓰시는 것 앞으로 10년은 더 하셔야 되오니 맛있는 거 많이 드십시오. 금년 여름에는 설악산 맑은 공기 마시고 자란 옥수수 보내드릴 겁니다. 오늘 오후에는 설악서당 갔다가 제가 지금 짓고 있는 장학회관 ‘소소정’(笑笑亭)으로 일 하러 갈 겁니다. 건강하세요!

2016. 4. 11. 돌감자 박무웅 드림

돌감자님은 참 좋은 풍경같은 사람이다. 돌감자처럼 생겼어도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빗방울 내리는 풍경으로 회색빛 도시의 창을 두드리며 닦아주는 사람이, 또 어떤 날은 눈부신 햇살로 다가와 환한 얼굴의 미소로 안아주는 풍경으로 남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했다. 살면서 가장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욕심을 부릴 줄 모르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한결같고 끊임없이 덕을 베푸는 사람이 돌감자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덕이라는 글자를 ‘큰 덕 자’라 하는 것이다. 능히 육도(六道, 天上 人間 修羅 畜生 餓鬼 地獄)와 사생(四生, 胎 卵 濕 化)을 감화시킬 근본이 이 덕이다. 이 위에 더 큰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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