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기자가 바라본 위안부 문제] 위안부 사죄에 큰 역할 소녀상, 철거해야 하는가?
작년말?한일 정상이 합의한 위안부 협상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여부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아시아엔>에서 연수하고 있는 라훌 아이자즈(파키스탄) 기자와 라드와 아시라프(이집트) 기자가 5일 직접 소녀상을 방문했다. 이어 6일엔 24주년을 맞은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외국인 기자의 눈에 비친 위안부 문제는 어떨까? 라드와 아시라프 기자의 소녀상 방문 및 수요집회 참관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한다. -편집자
[아시아엔=라드와 아시라프 기자?·번역 최정아, 김아람 기자·사진 라훌 아이자즈 기자] 지난 5일 위안부 소녀상을 보기 위해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주한 일본대사관을 방문했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음에도 골목 안쪽에 들어가야 해 소녀상이 쉽게 눈에 띄진 않았다.
소녀상 앞에는 꽃다발이 수북하게 놓여있었고, 주변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 알록달록한 종이들이 붙여져 있었다. 목에는 노란색의 목도리가, 머리에는 따뜻한 털모자, 손에는 장갑이 씌여져 있었다.
동상 옆 빈 의자에는 ‘소녀상을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눈에 띄었다. 얼마 전 있었던 한일 위안부 협상의 여파를 우려해서인지 많은 경찰들이 동상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소녀상 옆에서 말없이 지키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소녀상의 그윽한 눈빛이 아직도 마음 속에 기억난다.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았던 탓인지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쌓인 꽃다발과 메시지를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할머니에 위로와 응원이 메시지를 보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 가슴이 뭉클해졌다.
소녀의 주먹 쥔 두 손은 결연한 의지를, 어깨 위의 새는 평화를 상징하는 듯 했다. 소녀상의 상징들이 최근 일본 정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표명하는 데 일조한듯 보인다.
다음날, 2016년 새해 첫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올해는 일본의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시작된 지 24주년이 된 해다. 특히 이번 집회에선 한일 양국의 독단적인 위안부 타결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연좌시위가 열렸다.
최근 가장 민감한 사안인만큼 이날 집회엔 노동단체 회원, 수녀, 중고등학생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오후 12시,?위안부 소녀들의 아픔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집회의 막이 열렸다. 혼잡했던 집회현장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구슬픈 가락과 춤이 흘러나왔고,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혼을 위로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위안부 문제에 공감하고 이번 타결에 대해 우려하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집회 하이라이트는 이용수 할머니가 무대에 오른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이용수 할머니께 뜨거운 박수를 전했다. “후손에게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여생 동안 힘을 내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현장엔 자녀와 함께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아들 두 명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박성남씨는 “아이들한테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집회 시작 전부터 소녀상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고등학생 무리도 있었다. 안솔빈 군은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며 “할머니께서 수십년간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시위를 하셨다는 사실에 놀랐다.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해주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위안부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반드시 할머니들의 명예를 찾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의 이번 위안부 협상은 외교적으로 볼 때 굉장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 하지만, 한국민 입장에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녀상 철거’가 옳은 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든다. 일본 정부에 역사의 과오를 상기시키고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이 소녀상의 역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