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나쵸 리브레’ 모티브, 세르지오 구티에레스 이야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늘어나는 복지 수요는 정부의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의 하나인 어린이교육도 그 비용을 정부와 지방자체, 교육청이 서로 떠다밀고 있는 형국이다. 양극화를 완화하고 계층 간의 위화감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기부의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되는 소식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주목됐다. 작년 말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31)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우리 돈으로 52조원에 달하는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그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는 자산 대부분을 자선재단 설립에 사용했고 공익재단을 통한 질병 퇴치 등의 사업을 지원했다. 워런 버핏은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는 약속 후 현재까지 29조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세계 15위 부자인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역시 2014년 3조원을 기부했다.
우리 사회도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해 정부의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급변하며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정부가 충분히 공급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를 대비하고 양극화 완화를 위해 공익사업에 민간의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 중심의 기부문화 활성화는 계층간 위화감을 해결해 우리 사회가 통합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재벌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국내 나눔 실태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부 총액은 국세청 신고기준으로 12조 4900억원이다. 8년 전인 2006년 8조 1400억원에 비하면 1.5배 커졌다.
그런데 기부총액은 증가했지만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부문화에 제도적 맹점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기부를 장려하고 촉진해야 한다.
2002년 개인 재산 215억원을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한 황필상(68)씨에게 2008년 세무당국은 140억원의 증여세와 가산세를 내라는 고지서를 보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무당국은 현행법에 맞춰 장학재단을 지주회사 삼아 무상 증여하는 것을 막으려 세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생 번돈을 기부한 황씨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12월30일,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얼굴 없는 천사가 5033만9810원이 든 박스를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지난해 보낸 성금(5030만4390원)과 비슷한 액수다.
이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전국 각지로 번져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천사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초기 때보다 익명으로 기부하는 ‘기부천사’가 전국적으로 많아졌다.
1998년 5월 멕시코시티에 있는 프로레슬링 경기장에서의 일이다. 한 프로레슬러의 은퇴식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 모두가 그가 나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1975년 프로레슬링에 입문해 황금 복면을 쓰고 경기해 온 그를 사람들은 ‘마법사의 폭풍’이라 불렀다.
황금 복면의 화려함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그의 현란한 개인기는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마법사의 폭풍’은 위기의 순간마다 절대 꺾이지 않고 상대 선수를 제압하는 근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53세 중년에 접어든 ‘마법사의 폭풍’이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드디어 ‘마법사의 폭풍’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링 위에 오른 그를 향해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존경과 사랑을 표했다.
그는 천천히 링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박수가 잦아들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사람들 박수가 잦아들고,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음을 확인한 그는 천천히 황금 복면을 벗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관중들은 놀라며 숨죽여 그의 행동을 지켜봤다.
마침내 벗겨진 황금 복면! 관중들도 감격했고, 그 또한 만감이 교차하는 듯 감격에 차 있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작은 가톨릭교회의 신부입니다. 프로레슬링을 하는 동안 보육원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 <나쵸 리브레>의 주인공, 게임 철권의 King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멕시코 프로레슬러 신부 세르지오 구티에레스의 이야기다. 23년 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팔이 탈구되고, 갈비뼈에 금이 가고, 코가 부러지는 등 그의 몸은 엉망이 되었지만, 자신만 바라보는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신부’라는 신분을 감춘 채 프로레슬러로 활동해 온 것이다.
나는 능력이 없어 아주 작은 기부 밖에 못한다. 아마도 전생에 쌓은 공덕이 모자라 그런 거액의 부를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자라는 공덕을 채워 내생에라도 큰 공덕을 쌓을 수 있게 해달라고 몸부림친다.
우리가 쌓는 공덕은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드러내고 하고 싶지도 않다. 드러내지 않기에 더욱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이 한 일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이 인과(因果)다.
우리가 살면서 아무도 모르게 좋은 일을 실천하고 있다면, 이는 언젠가 더 귀하고 값진 사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재물이 있으면 나누자. 나누면 비운 만큼 채워지는 것이 우주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