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5가지 행복조건 ‘재물·명예·용모·체력·언변’···”그러나 조금은 미흡해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왜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드문 것일까? 아마 욕심 때문일 것이다. 동물은 욕망을 채우고 나면 더 이상 탐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그 욕망을 채우고 나면 더 큰 욕망을 탐한다.
행복한 사람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어차피 채울 수 없는 욕망이라면 조금 부족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비워있어야 채울 수 있고 희망이 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것이다’ ‘좀더 예뻐지면 행복해질 것이다’ ‘사랑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다’ ‘건강하면 행복해질 것이다’ ‘멋진 사람을 만나 혼인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인간의 욕망을 채운다 한들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행복을 얻게 되면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참으로 값진 행복은 고난과 부족함에 부딪히고 깨질 때야 발견할 수 있다. 좌절과 절망을 딛고 일어섰을 때 맛볼 수 있는 기쁨이 진정 행복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 부족한 것에 크게 기뻐하는 마음이다. 내 마음을 괴롭히는 대상이 있다면 그 고통에 사로잡혀 슬퍼하기보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높은 이상과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그러나 가끔은 발밑에 놓여있는 불행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되새겨 보는 것도 행복의 조건일 수 있다.
행복은 스스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가만히 숨어있을 수도 있다. 행복의 평범한 조건을 끄집어내어 감사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행복 속에 살면서도 행복을 모르고 고통 속에 살아간다.
플라톤은 “행복(幸福)이란 만족한 삶”이라고 했다. 자기가 만족할 수 있으면 무엇을 먹든, 무엇을 입든, 어떤 일을 하든 그건 행복한 삶이다. 우리의 불행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결핍감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대적인 결핍감에서 비롯된다.
플라톤이 추구했던 행복의 조건은 어떤 것인가?
첫째, 재물(財物)이다.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을 가지면 행복하다.
둘째, 용모(容貌)다.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정도의 용모를 지니면 행복하다.
셋째, 명예(名譽)다. 사람들이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가 있으면 행복하다.
넷째, 체력(體力)이다. 남과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이면 행복하다.
다섯째, 언변(言辯)이다. 청중이 나의 연설을 듣고도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가 있으면 행복하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들은 완벽하고 만족할 만한 상태에 있는 것들이 아니다. 조금은 미흡(未洽)하고 모자란 상태다. 재산이든 외모든 명예든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상태에 있으면 바로 그것 때문에 근심과 불안과 긴장의 생활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