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日 최고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수탉 그리는데 3년이나 걸린 까닭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한비자(韓非子, B.C.552~479)는 냉혹한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냉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시간을 가장 애달프게 보내고 있을 사람들이 많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이라도 아프다며 서로를 도닥이고 있기에는 현실이 너무 싸늘하다.

최고의 인생을 누릴 수 방법은 뭔가? 하루하루를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30~201)는 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라고 했다. 그래야 순간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현재뿐이다. 또한 우리가 잃어버릴 수 있는 것도 오직 현재뿐이다.

우리는 현재만 가질 수 있다. 그 현재를 놓치면 인생 전체를 놓칠 수도 있다. 이런 현재가 반복되면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이면 평생이 된다. 톨스토이(1828~1910)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삶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하루의 일과와 같다”고 했다.

톨스토이는 한 페이지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듯 하루가 모여 일생이 된다고 했다. 그 하루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전체적인 삶의 모양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인생의 끝에는 죽음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지금 해야 한다.

가끔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 그렇게 외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이 꼭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내일 일을 보장받기 어렵다. 밤을 새워 고민해 보아도 별로 나아질 것이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운명은 각자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자기의 몫이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어떤 이에게는 후하게 한 몫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박한 몫을 주지는 않는다.

내 몫이 남의 몫보다 적다고, 또는 나쁘다고 불평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생에 지은 바가 각각이라 각자가 받아야 하는 운명의 몫은 사실 아주 공평하다. 이 몫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의 몫을 순순히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기 몫을 살펴보고 좋은 것이 있으면 고맙게 받는 것이 인생의 여정(旅程)이다.

그러므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자기의 삶을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생에서 단 한번뿐인 자신의 삶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 책임과 내 계획 하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의 삶을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삶이 우리에게 좋든 싫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 당당하고 치열하게 걸어가야 한다. 그러면 비록 우리 몫이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그 운명을 조금은 나은 운명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치열하게 살면서 운명을 바꿔가는 사람 이야기다.

19세기 가장 뛰어난 일본 미술가 중 한 명으로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있었다. 어느 날 호쿠사이의 친한 친구가 그를 찾아와 다짜고짜 수탉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수탉을 그려본 적이 없는 호쿠사이는 친구에게 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일주일 후 친구가 찾아왔다. 그런데 호쿠사이는 친구에게 한 달 후 다시 찾아와 달라고 했다. 그리고 두 달, 6개월, 1년…그렇게 약속을 미루며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친구는 더는 참을 수가 없어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호쿠사이는 결심했다는 듯, 종이를 가지고 오더니 순식간에 수탉의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완성된 그림이 얼마나 생동감이 넘치던지 마치 살아있는 수탉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림을 본 친구는 기뻐하기보다 이렇게 잘 그려줄 것을 왜 3년이나 기다리게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호쿠사이는 아무 말 없이 친구를 화실로 데려갔다. 화실에 들어서자 친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커다란 화실 사방에는 지난 3년간 밤낮으로 연습한 수탉의 그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을 하찮고 별 볼일 없게 여기는 사람은 당당하게 열심히 살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최고의 인생을 밟을 수 없다. 성공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그 일에 미쳐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경받으려면 스스로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은 지나가는 강아지 한 마리도 못 그리고 노래는 음치에다 몸치다. 게다가 수치(數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창시절 연애편지는 제법 잘 썼다. 그것도 재능이라면 30여년 간 줄기차게 글을 써 왔다. 글쓰기에 미쳐 마침내 작가도 되었고 이제는 ‘덕화만발’ 쓰는 것에 온갖 시간과 정성을 다 바치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다리도 시원치 않고 눈도 잘 안 보이는데 이제는 덕화만발 쓰는 것을 1주일에 3번 정도만, 그것도 짧게 쓰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더욱 죽기 살기로 쓰는 게 낫다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보람이고, 의미이며, 최고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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