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의 한국 계파정치⑥] 보수야당의 한계 어디서 왔나?

[아시아엔=박종성 서원대 교수, <조선은 법가의 나라였는가> <한국의 매춘> 저자] 현대 한국정치의 반민주성은 계파의 구조적 한계에서 출발한다. 필자는 계파?모순이 정치 환경의 역사적 단절과 관계없이 이어진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 시민사회의 정치의식성숙과 관계없는 계파의 권력 추구욕과 그 치열한 자기중심성은 민주화 과업도, 엘리트들 자신의 정치의식발전도 끝내 담보하지 못한다. 필자는 이 점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아울러 몇몇 부수적 문제에도 초점을 맞춘다.

정당이 차기정권접수라는 목적의식과 전략을 갖는 정치집단이라 하더라도 계파의 끝없는 이합과 집산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정당 주변에 포진하면서 제도정당을 공략하는 재야·진보의 정치활동과 그들의 점진적 보수화 경향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새로운 정치적 입지점을 민중과 노동자·농민 속에서 구하면서도 변혁운동의 초기 명분은 은폐한 채 기존 보수야당들이 경험한 정치적 한계를 답습하는 ‘그들’의 정치적 모순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들이 갈구하는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실제 de facto 권력인가, 아니면 의심할 나위없는 순(純)민주적 자유와 평등인가?

논의를 위해 필자는 앞서 제시한 네 가지 가설을 크게 두 부문으로 다시 나누려 한다. 첫째, 변혁기 한국 정치계파가?보인 이합과 집산, 특히 권력교체(혹은 전환)기 여러 계파들의 비일관적 행태에 비친 개인적 동기가 한국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먼저 분석한다. 둘째, 이들의 행태는 어떻게 ‘생성-유지-관리’ 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방향과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를 위해 여기서는 다음의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오늘날까지 이어진 정치계파의 구조를 분석한다. 다음으로 이들의 성격이 도드라지는 권력교체기 계파?행태와 주요행적 그리고 그 분열과 통합의 모습을 견준다. 국내 미디어 가운데 기사와 사건일지를 토대로 삼되 그 신빙성과 사실 여부는 각 일(월)간지에 나타난 내용들을 비교 검토해 확인한다. 아울러 문헌분석도 병행한다.

이와 유사한 국내연구는 흔치 않다. 해방 후 현대정치사 전반에 관한 관심은 위축되고 있지만 한국정치연구는 실증연구가 먼저라는 측과 기존 이론의 적용과 적실성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측으로 갈린다. 그러나 앞의 ‘필요’를 인정하면서도 연구 분위기는 정작 후자로 치우치는 게 오늘의 학문 현실이다. 여기서는?구체적 데이터를 분석한 다음 이를 토대로 이론적 해석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실증 분석을 중시하는 만큼 과거 정치일정에 나타난 움직임을 쫓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간의 국내 연구는 대부분 총선 결과나 투표행태 분석 그리고 정치엘리트 충원과 정치사회적 배경분석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계파의 파워 다이나믹스에 초점을 맞춘 연구란 거의 없었다. 연구의 공백을 메우고 계파들의 살아있는 움직임을 뒤쫓는 데 저널리즘은 일차적 참조 준거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현재로서의 역사를 확인할 거의 유일한 도구란 점에서 더 없이 유용하다. 역사연구와 사회과학적 학제 분석이 원활하지 못했던 우리의 학문풍토를 감안할 때 한국정치연구에서 언론 기록물들은 곧 홀대할 수 없는 가치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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