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세상에 쓸데없는 돈은 없소. 잘못 쓴 돈이 있을 뿐이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얼마 전 40대 여성이 전 남편과 재혼한 남편 그리고 시모에게 독극물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하고 보험금 10억원을 챙겼다. 이 여인은 심지어 자기의 친 딸에게까지 제초제를 탄 음식을 먹여 병원에 입원하게 하고 보험금 700만원을 챙기기까지 했다.
이 시대는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돈 자체는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만약 돈이 선한 것이라면 돈을 가진 자마다 선해질 것이고, 반대로 돈이 악한 것이라면 돈을 가진 자마다 악해질 것이다. 그러나 가진 돈 때문에 사람이 선한 사람이 되고, 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이 악한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면 그 돈은 악하게, 돈이 선한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면 그 돈은 선하게 쓰여진다.
그러니까 선하게 쓰여지면 그 돈은 선한 돈이 되고, 악하게 쓰여 지면 그 돈은 악한 돈이 되는 것이다.
<잡아함경>(雜阿含經) 제46권에 돈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
“재물은 스스로도 즐기고 남에게도 베풀라. 넓은 들판에 못이 있어 맑고 시원하고 깨끗해도 그것을 즐겨 쓰는 이 없으면 이내 그대로 말라 버리고 마네. 이처럼 훌륭하고 값진 재물도 나쁜 사람이 지니게 되면 자신도 쓰지 못하거니와 남을 가엾이 여겨 주지도 못하며 부질없이 스스로 괴롭게 모으기만 하고 그렇게 모았다가는 스스로 잃고 마네.”
“지혜로운 사람은 많은 재물을 얻으면 자신도 즐기며 잘 쓸 줄을 알고 널리 보시해 공덕도 지으며 친척과 권속들에게도 보시하네. 보시해야 할 곳에 맞게 보시하는 것, 마치 소가 그 떼를 거느림과 같으리니 남에게 주고 스스로도 쓸 줄을 알며 응당 해야 할 것을 잃지 않으면 이치를 따라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나서 복락을 누리리라.”
“빚지지 말라. 세상에서 빈궁은 고통이어서 다른 사람에게서 재물을 빌리고 남의 재물을 빌린 뒤에는 남에게 구박 받아 고뇌가 되네. 빚쟁이는 와서 독촉하다가 그 때문에 끝내는 결박하나니 그 결박 너무도 괴롭고 괴로워라. 세상의 욕심을 즐거워했기 때문이네.”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한다. 그리고 정당하게 벌어 베풀며 살아야 한다. 베풀면 훗날이 즐겁다.
어떤 마을에 한 부자가 있었다. 그는 마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 마을의 경조사에는 뒷짐만 짓지 않았고, 자금이 부족하면 기꺼이 돈을 내놓았으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마을을 위해 돈을 쓰는 그런 아버지가 아들은 못마땅했다. 돌려받지도 못할 돈을 왜 쓸데없이 쓰냐는 아들의 푸념에 부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쓸데없는 돈은 없다. 나에게서 나간 돈은 다 쓸데가 있는 돈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게 될 것이다.” 그 후 부자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물려받은 재산으로 도시로 나가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재(理財)에 밝지 못한 아들은 몇 년 못가 가진 재산을 모두 날려버렸다.
빈털터리로 고향에 다시 돌아온 아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마을사람들이 십시일반을 도와주었고 그 덕에 아들은 고향에 정착해 살 수 있게 되었다. 과거 부자의 도움을 받은 많은 마을사람들이 아들에게 그 은혜를 보답했고, 부자는 재산을 지킬 능력이 안 되는 아들을 위해 생전에 미리 작업을 해 놓은 것이다.
부자와 보통사람과의 차이 중 하나는 부자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돈을 쓰지만 보통사람은 당장 필요해야 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남들이 볼 때는 부자가 쓸데없는 곳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세월이 지나면 쓸데없이 사용한 그 돈이 큰 효과를 나타낸다. 쓸데없을 때가 가장 돈을 쓸 때임을 부자는 아는 것이다.
쓰는 사람이 쓸데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 돈은 쓸데없는 돈이 되지만 받는 사람이 돈의 가치를 부여하면 그런 돈도 쓸모 있는 돈이 된다. 최소한 쓰면서 쓸데없는 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일본의 한 회사는 직원들이 고객과 식사를 할 때에는 싸구려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한다. 직원끼리 먹는 밥이야 그저 평범한 밥에 불과하지만 고객과 함께 하는 식사는 수억, 수십억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5대 재벌가의 ‘왕자의 난’을 보고 있노라면 착잡하기 짝이 없다. 남에게도 재물을 베풀거늘 어찌 형제간에, 부자간에 재산 싸움을 할까? 세상만사가 다 뜻대로 만족하기를 구하는 사람은 마치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천만년의 영화를 누리려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이다. 롯데가의 94세 노회장이 돈을 버는 데는 귀신일지 모르나 결국 그 탐욕과 권력욕으로 인해 형제의 난을 불러왔고 어쩌면 재벌의 운명도 암울하게 될지 모른다. 세상에 쓸데없는 돈은 없다. 돈은 잘 쓰면 약이고 잘 못쓰면 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