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기부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이 더욱 아름다운 까닭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다. 우리 모두 길 떠날 나그네인데 먹고 살면 되었지 왜 인간들이 노욕을 부리는지? 며칠 전 타계한 CJ그룹 이맹희 회장과 삼성 이건희 회장과의 유산배분 소송, 그리고 롯데 그룹의 ‘왕자의 난’ 등등. 재산이 뭐라고 골육상쟁의 치사한 싸움을 하는 것일까?
사람이 노욕을 버리면 인생이 아름답다. 얼마 전 이준용(77)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자신의 전 재산 2000억원을 기부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사재 기부는 최근 우리나라 재벌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너 일가들의 재산싸움과 비교되며 우리 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는 대기업 총수 개인 자격으로는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간 기존 재벌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기부해 왔다. 그러나 이 명예회장은 기존의 재벌가와는 달리 기존 공익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 명예회장이 내놓은 개인 재산은 대림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포함한 대림산업 관련 비공개 주식 등 2000억원 가량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전 재산 사회환원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각계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김석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사재 2000억원을 기부한 것은 우리나라 기부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했다.
박성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도 “이번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는 한국 기업 풍토나 기부문화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했고, 최신원 SKC 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기부는 우리 기부문화의 발전 을 의미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으며 사회공헌 사업에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때도 피해복구와 유가족 성금으로 20억원을 기탁했다. 이는 당시 재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앞서 1998년 외환위기 때에는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GS칼텍스 주식과 상속받은 부동산 등 350억원 정도의 재산을 대림산업에 아무 조건 없이 출연했다.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위해 당시 30대 재벌 오너 중 유일하게 사재를 내놓은 것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사재 기부가 알려지면서 이 명예회장의 소탈한 평소 생활상도 조명받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회사에 도착할 때 경비원들에게 차량 문을 절대 열지 못하게 하고 본인이 직접 문을 열고 내린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도 비서 없이 일반 적원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별도의 비서실도 두지 않고 있다.
허례허식이란 단어는 입에도 올리지 못한다. 지난해 12월 부인 한경진 여사가 별세했을 때도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알리지 않았다. 발인이 끝난 뒤에 신문에만 부고를 냈을 정도다. 특히 1999년 셋째 아들 결혼식에는 날짜만 적혀 있고 시간과 장소가 없는 청첩장을 돌린 일화는 유명하다.
부전자전인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지인들에게 “아버지의 아름다운 기부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번 전 재산 기부를 결정하면서 자식들과 따로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왜 유독 이 나라의 부자들은 거의 다 이런 치사한 말년을 보내는지 알 수 없다. 저 인생의 언덕만 넘으면 모두가 빈손으로 가는데 말이다. 조금 양보하는 미덕으로 살면 될 텐데, 조금 돕고 베풀면 행복할 텐데, 조금 배려하고 용서하면 될 텐데, 조금 덜먹고 나누면 행복할 텐데 말이다.
무엇이 그리 길고 질기다고 움켜만 쥐는 것일까? 갈 때는 너나없이 보잘 것 없는 알몸뚱이 뿐이다. 누구나 공수래공수거, 산천초목이 칠팔십 번 바뀌면 노병사(老病死)에는 이기는 장사 없다. 다 내려놓고 비우고 버리며 이 세상 순리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다 길 떠나는 나그네다.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 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애절한 사연 서로 나누다 갈래 길 돌아서면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이다. 더 사랑해 줄 걸, 더 베풀 걸, 더 따뜻하게 대할 걸, 후회하고 말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하고 미워했는지 아마 후회막급일 것이다.
길 떠날 나그네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성불제중(成佛濟衆)의 서원이요, 또 하나는 청정일념(淸淨一念)에 귀의하는 것이다. 항하사(恒河沙) 칠보탑(七寶塔)을 쌓아 올리는 것보다 한 생각 조촐한 마음이 길 떠날 나그네에게는 더욱 소중하다. 보탑은 결국 무너져 티끌이 되고 만다.
그러나 한 생각 조촐한 마음은 정각(正覺)을 이루기 때문이다. “서원 성불제중, 귀의 청정일념!” 길 떠날 나그네에게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