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원불교의 ‘입정의 노래’를 아십니까?···”허공처럼 텅 빈 마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원불교의 성가(聖歌)중에 ‘입정(入定)의 노래’가 있다. 마음의 원리를 밝힌 노래다.

“예쁘고 밉고 참마음 아닙니다./ 좋고 나쁘고 참마음 아닙니다./ 허공처럼 텅 빈 마음 그 것이 참마음/ 이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마음 없습니다,/ 안에서 나가는 마음 업습니다./ 없다는 한마음 그 맘도 없습니다./ 없고 없고 없는 마음 그대로 그대로.”

이것이 우리 본래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 마음 바탕에 욕심이 끼어들어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구하게 된다. 부귀영화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나 구하는 방법이 지나치면 곧 패가망신의 재앙을 불러온다.

‘부귀구지재도, 득지유명’(富貴求之在道, 得之有命)이라는 글이 있다. 즉, “부귀를 구함에 있어서는 정도(正道)로서 구해야 하나, 부귀를 얻고 얻지 못함은 운명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정도’로 구하고 ‘과욕’하지 말아야 한다.

공자는 “의롭지 못한 부와 귀는 나에게 있어서 뜬 구름과 같다”고 했다.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다. 노력을 다해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진인사대천명’ 즉 인간으로서 부귀를 구하려는 노력은 다하지만 부귀를 얻고 얻지 못함은 그저 하늘의 뜻에 맡기라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부귀를 구할 수 있다면 마부 노릇이라도 하겠지만 하늘의 명을 따르겠다”고 했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棲守道德者 寂寞一時) 의아권세자 처량만고(依阿權勢者凄凉萬古)’라는 말도 있다. “도덕을 지키며 사는 자는 한 때가 적막할 뿐이고 권세에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는 뜻이다. 권세에 아부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의로움을 지키며 사는 인생은 한때는 외롭고 힘들 수 있으나 결국 그 인생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고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게 된다.

달인(達人)은 만고에 처량함을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달인 관물외지물(達人 觀物外之物) 사신후지신(思身後之身)’ 즉, “세상 이치를 깨달은 사람은 사물 밖의 사물을 보고 몸 밖의 몸을 생각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벼슬이란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지 부귀영화를 누리는 수단은 아니었다. 부유하게 살고자하는 마음에서 부정부패가 비롯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청백리(淸白吏)는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만큼 엄격해서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졌다.

30년 동안 정승을 지낸 황희는 아들이 참의가 되어 번듯한 집을 짓고 잔치를 하자 음식을 들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꾸짖었다. 선비가 청렴하여 비 새는 집에 살며 정사를 돌봐도 잘될지 의문인데 집이 이렇게 좋으니 어찌 뇌물이 오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금강경>(金剛經) ‘사구게’(四句偈) 말씀에 ‘凡所有相 皆時虛忘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즉 “무릇 형상 있는 바가 다 허망한 것이니 만일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는 뜻이다. 모든 것이 허망하다고 깨닫고 느껴서 철저하게 알면 우리 모습이 생활 속에서 모든 것이 진실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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