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로 공연·전시 잇단 취소···김포 네팔구호 사진전 연기
가수 이문세 “공연쪽에도 비상 걸렸지만 무대 지킬 터”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다중이 모이는 공연 및 전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네팔 대지진 참사 후원을 위해 8~14일 김포시민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진수 사진전’이 잠정연기됐다. 조 작가는 “한달 이상 밤 새워 준비해 온 사진전 연기가 무척 아쉽지만, 메르스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예방에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해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네팔 구호도 중요하지만, 전염성 강한 메르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재 발병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는 7일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바이브와 포맨, 벤, 미, 임세준 등 소속 가수 전원이 출연하는 공연 ‘더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 공연을 잠정 연기했다
기획사측은 “바이러스로 인한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동참하고, 관객 여러분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부득이 공연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서울시중랑물재생센터도 5일 센터 앞 잔디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8회 어린이 그림그리기대회 개최를 무기한 연기했고,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도 6, 7일 진행 예정이던 상설공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주말 공연을 앞둔 한 오페라단 관계자는 3일 “‘사람이 모인 곳에는 가지 말라’는 경고가 돌고 있는 만큼 우리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다른 교향악단 홍보 관계자는 “티켓을 예매한 관객들이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하는지 문의하는 몇몇 전화가 3일부터 오고 있지만 정부의 공연 중지 등의 방침이 있지 않는 한 예정된 공연은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연계가 쉽사리 공연을 중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관료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공연을 취소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연장을 대관하는 경우 “천재지변으로 인한 경우 갑과 을 모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에 따라 국가 차원의 재난 수준이라는 공감대가 양측에 형성되거나, 정부에서 공연 중단 지시를 하지 않는 한 대관한 곳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교향악단 관계자는 “신종플루 때도 무료공연 정도만 취소했지, 유료 공연을 취소하지는 못했다”며 공연취소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배우 손병휘씨는 3일 자신의 트위터(@SonByeongHwi)에 “메르스 때문에 공연 하나가 취소되었다. 무대에 서는 인생에게 메르스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고 썼다.
개그맨 임혁필씨는 지난달 30일 블로그에 “신종플루가 처음 나왔을때 공연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면 안 된다고 해서 공연장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피눈물을 흘리고 공연장을 접거나 아니면 부도가 나 대출을 받고 전전긍긍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썼다.
그는 “시간이 흘러 좀 잠잠했졌다. 근데 이번엔 또 메르스란다. 공연 행사 방송하는 사람들은 이러다 정말 다 굶어 죽는다”며 “메르스가 무서운 게 아니라 메르스에 대한 공포 확산이 더욱 무섭다”고 했다.
가수 이문세씨도 자신의 트위터(@moonsemanse)에 “메르스가 또 한번 나라를 뒤흔드는 가운데 공연 쪽에도 비상이 걸렸네요. 모임이나 공연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졌답니다. 어찌 해야 할지 많은 회의를 통해 정리할 겁니다만, 저는 무대를 지킬 겁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