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의 토막살인의 추억①] 혈액은 증언한다. 언젠가는 잡힌다는 사실을···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사람을 죽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자살 혹은 사고로 위장한다. 하니면 자수하고 벌을 받을까?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때부터 잡히지 않을 궁리를 한다. 우선 시체가 문제다. 없애기로 한다. 숨기기엔 커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이내 부패한다. 냄새가 나면서 사람 죽인 증거를 나타내게 된다.

묻기로 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기 쉽지 않다. 집 뜰이나 저 외딴 시골 야산을 생각하지만 운반이 쉬운 일 아니다. 눈에 안 띄게 땅 파고 덮기가 어렵다. 얕게 묻으면 폭우로 드러나고 개가 냄새를 맡는다. 깊게 묻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내 버리기로 한다. 쓰레기 처리장이나 산에 버린다? 발각이 걱정이다. 강이나 바다에 버린다? 며칠 지나면 떠올라 강가나 해변으로 밀려온다.

태운다? 오븐이나 난로로 하면 장시간이 소요되고 이빨과 재가 남는다. 연기와 냄새가 나 주위에서 신고한다.

토막 내자. 목을 자르고 팔 다리를 떼어낸 뒤 살을 발라낸다. 몸통도 자르고 내장을 꺼낸다. 쉬는 주말 48시간 꼬박 매달린다. 온몸이 피범벅 된다.

잔해 처분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하수구에 버려? 소각? 집 안에 숨겨? 트렁크나 비닐 부대에 넣어 어디 딴 곳에 묻거나 버려? 참 번거롭다.

사지를 각 뜨는 행위, 신체 부분 부분 도막내는 행워는 도저히 정상인이 할 짓이 아니다. 원한에 사무치거나 미쳐야 비로소 가능하다.

복수를 보다 철저히 하려고 토막 낸다. 단지 죽이기만 해서야 성이 차지 않는다. 동강 내서 아예 말살해야 한다. 원한의 발로와 때론 성욕의 충족도 동기가 된다. 시체 훼손 행위를 통해 성적 흥분을 만끽한다. 오르가슴이다. 연쇄살인자는 이 맛을 잊지 못한다. 또 맛보려고 살인과 절단을 반복한다. 잡히거나 죽어야 그만 둔다. 정신질환이다.

복수와 성욕충족을 제외하고는 살인은 대개 계획 하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발적 행동, 즉 욱! 해서 저지른다. 당황해 칼과 톱을 든다. 신원 확인 어렵게 하려고 한다지만 혈액과 DNA가 있다.

혈액은 증언한다

절단하다 옷에 난 핏자국이다. “너 그 피 사람 죽일 때 묻었지?” “아뇨. 토끼 피인데요.” “그래?” 예전엔 동물 피와 사람 피의 구별법이 없었다. 그래서 석방해야 했다.

20세기 들어 사정이 확 달라졌다. 1901년 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가 A-B-0 혈액형을 분리해냈다. 혈액 감정으로 신원 확인 길이 열렸다.

방사선 면역측정(radioimmunoassay) 기법을 활용하면 신속하고 정확하다. 1985년에는 유전자 지문법(genetic fingerprinting)도 발견해 원죄(?罪) 위험성도 줄어들었다. 바로 DNA다.

52살 존 페리는 필리핀 출신 26살 부인을 살해했다. 의처증에 의한 사소한 언쟁이 원인이었다. 욕실에서 쉬지 않고 12시간 걸려 절단했다. 머리는 오븐에 구웠다. 혈액과 체액은 몇 번에 걸쳐 야산에 투기했다. (UK. 1992 처형)

존 보웬(47)은 친구의 20달러가 탐났다. 병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살아있는데도 고기 써는 전기 칼을 들이댔다. 이웃 집 사람이 우연히 들렸다가 발견했다. 배심원 넷이 범행사진에 쇼크를 받아 그중 1명은 충격으로 크게 고생했다. (UK. 1980 처형)

미국 마피아 존 고티는 동네 사람을 산채로 두 동강냈다. 전기톱을 사용했다. 강제로 집합해 이를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시름시름 앓았다.

트렁크에 사체 담아 기차로 보냈다 덜미?

마리아 베레 굴드는 귀족 행세를 했다. 남편은 세번째였다. 아일랜드 출신 준남작(baronetcy)으로 나약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수중에 돈이 별로 없자 사기 행각에 몸을 담갔다.

1907년 8월 모나코 몬테카를로. 도박으로 그나마 다 털렸다. 보석상에서 차보고 사겠다며 오팔을 가져와 전당포에 맡긴 돈으로도 생계를 해결했다.

이웃에게 40파운드를 꿨다. 갚으라는 독촉이 심했다. 집으로 초청해 와인을 마사던 중 부지깽이로 머리를 내리쳤다. 목과 사지를 잘라 트렁크에 넣었다.

그날 밤. 마르세유행 기차편에 수화물로 맡겼다. 이튿날 피가 흐르고 냄새가 났다. 지문으로 인적사항 파악해 체포됐다. 마리아는 사형선고 받고 복역 중 장티푸스로 사망했다. 남편은 종신형으로 복역 중 자살했다. 시체와 트렁크의 지문으로 들통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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