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기업인 3세’와 ‘정치인’이 다른 점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한국경제에서 이병철과 정주영이 이룩한 성취는 정치의 이승만 박정희에 버금간다고 하여 누구도 이견을 가질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모는 누구나 자식 교육에 온갖 정성을 쏟겠지만, 그들이 후계를 고르고 기르는 안목과 방법은 유달랐다. 한 개인, 가정이 아니라 재벌의 후계는 거의 한 왕국에 버금가는 거대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인 3세들을 조명해보는 프로가 종합편성방송 MBN에 나왔다. 사실 위주로 하여 그들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들에 맡기는 것인데, 지도자 양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그들은 우선 2세의 배우자를 고르는데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대로 마치 왕비를 간택하는 것과 같이 남다른 정성을 가졌다. 이병철이 홍진기-김윤남 집안을 선택한 것은 대표적이다. 이들이 홍라희를 낳았고 거기에서 재용, 부진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찍부터 여러 자식들을 눈여겨보고 후계를 골랐다. 그들에게는 아버지의 사랑만이 아닌 재벌 후계자의 교육을 따로 시켰다. 이병철이 3남 건희와 3녀 명희를 고른 것이 대표적이다. 눈에 든 이들을 실무에서부터 엄격히 훈련시키고, 경영 성과는 실전을 통하여 검증시켰다.
중국에서 청의 강희-옹정-건륭은 후계구도가 엄격하고, 제왕학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이다. 오늘날 등소평-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이나, 싱가포르의 리콴유-리센룽의 구도도 방불하다. 민주국가에서 이와 똑 같은 방법은 적용하기 힘들겠지만 인물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순서와 정성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와 미국의 하버드, 예일은 일찍부터 지도자를 발견하고 길러내는 터전이 되고 있다. 교수들의 전형(銓衡)은 국민에 앞서 지도자감을 엄격히 골라낸다. 선거구민들은 그들이 길러낸 인물이라면 대폭 신뢰를 보내면서 그 중에서 고른다. 우리 국민들도 정치인을 이러한 눈에서 고르는 것이 정치발전에 중요하리라고 본다. 특히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사람들을 고르고 육성해나가는 데 있어서는 각별한 정성을 들여야 된다. 일반 국민이 시장에 나온 싸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라고 한다면, 사회지도층은 될성부른 싹을 알아보는 예민함과 그들에게 시간을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대중민주주의 시대에 이러한 절차가 더욱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히틀러가 대중의 환호 속에 정권을 잡은 것은 현대 정치사에 실로 뼈아픈 반면교사다.
국회는 정치를 배우는 학교이어야 한다. 앞으로는 더욱 지방자치가 정치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연방제나 큰 나라는 아니지만, 지방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않은 채 바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국회에서 국민 생활의 실제와 차이가 나서 잠자고 있는 의안도 많다고 듣고 있다. 지방의회에 재정의 더 많은 부분이 넘어가면 국회에서 연말에 부실하게 넘어가는 쪽지 예산들이 더 엄격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정치개혁이 이렇게 이루어지면 ‘일류기업에 삼류정치’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