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마샬·패튼·브래들리 같은 장군 어디 없소?

조지 캐틀렛 마셜 미국의 군인이자 정치가
조지 캐틀렛 마셜
미국의 군인이자 정치가<사진=위키피디아>

전장(戰將)으로서 패튼은 아이젠하워, 브래들리보다 탁월하였다. 패튼은 전투를 꿰뚫는 눈을 가졌으며, 장군으로서 패튼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유럽원정군은 연합군(allied forces)이었다. 미군 장성 패튼과 영국군 장성 몽고메리의 경쟁은 유명하다. 마샬, 아이젠하워, 브래들리는 미군의 주력이 되었다. 2차대전 중 루즈벨트로부터 이들에 이르는 미군 통수부는 civilian control의 전범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참모총장이 해야 할 일, 군사령관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아이젠하워, 패튼, 브래들리는 웨스트포인트 동기생이다. 마샬은 1944년 12월 맥아더와 함께 원수에 올랐다. 유럽에서 원수는 대부분 마샬(marshal)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만 General of the Army 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마샬을 Marshal marshal(마샬 마샬)이라고 부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샬을 참모총장으로 발탁한 것은 루즈벨트였다. 마샬은 2차대전 내내 워싱턴을 떠나지 않고 루즈벨트의 참모장으로서 전쟁 전반을 지도하였다. 장군은 누구나 전장 지휘관을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루즈벨트의 참모장으로서 마샬의 위치는 누구도 대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사진=위키피디아>

대신 마샬은 유럽원정군사령관으로 아이젠하워를 발탁하였다. 아이젠하워는 12집단군사령관으로 브래들리를 발탁하고 독일군 섬멸의 선봉장으로 패튼을 3군사령관에 지명하였다. 아이젠하워, 브래들리, 패튼의 세 동기생이 펼치는 유럽 원정은 역사상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성공의 제1요소는 적재적소였다. 마샬은 이들을 발탁하고 부렸다. 반면 마샬보다도 훨씬 앞서 참모총장을 지냈던 ‘태평양의 시저’ 맥아더는 혼자서 모든 영광을 독차지했다. 마샬과 맥아더의 용인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마샬의 장점은 겸손과 화합이었다. 맥아더는 오만과 독선의 화신이었다. (물론 브레들리의 합참이 반대하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의 천재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조지 스미스 패튼 <사진=위키피디아>

전장(戰將)으로서 패튼은 아이젠하워, 브래들리보다 탁월하였다. 패튼은 전투를 꿰뚫는 눈을 가졌으며, 장군으로서 패튼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유럽원정군은 연합군(allied forces)이었다. 미군 장성 패튼과 영국군 장성 몽고메리의 경쟁은 유명하다. 마샬, 아이젠하워, 브래들리는 미군의 주력이 되었다. 2차대전 중 루즈벨트로부터 이들에 이르는 미군 통수부는 civilian control의 전범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참모총장이 해야 할 일, 군사령관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패튼 대전차군단>에서 조지 스코트와 칼 말덴은 패튼과 브래들리의 대비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이들을 캐스팅한 제작자의 공이다.)

루즈벨트의 뒤를 이은 트루만은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되었으나, 레이건 이전에 미국에서 가장 탁월한 대통령으로 꼽혀 왔다. 소련을 연합군으로 생각하고 막대한 무기 대여로 지원했던 루즈벨트와 달리 트루만은 스탈린의 야심을 정확히 꿰뚫어보았다. 또 하나 스탈린을 간파한 것은 처칠이었다. 처칠은 노르망디보다도 발칸반도에 상륙하여 독일군의 배후를 찌르고 소련군의 진격을 막으려는 구상까지 가지고 있었으나, 전쟁을 주도하는 루즈벨트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트루만은 전후 자유세계의 구축에서 루즈벨트보다 탁월했다. 마샬 플랜으로 유럽을 재건하고, 6.25가 터지자 소련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즉각 미군 출병을 단행한 것은 트루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시기에 공산당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는 데서 트루만은 이승만과 통했다. 2차대전 후 스탈린의 세계 적화가 거침없이 진행되던 시기에 트루만과 이승만이 있었다는 것은 자유세계의 행운이다.

대통령의 안목과 판단력이 국력이다. 참모총장에 마샬을 발탁한 루즈벨트나 ‘패튼 대전차군단’에서 조지 스코트와 칼 말덴을 캐스팅한 제작자와 같은 ‘안목’이 제일 중요한 것이 대통령이다.

일찍이 한고조 유방이 일렀듯이 대통령이야말로 장지장(將之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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