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윤병세 장관 주도 ‘한국외교 실패’ 사례

우리 외교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대통령은 이번 6월 러시아에, 8월 베이징에 갈 필요가 없다. 가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다. 모스크바는 독소전쟁에서의 소련의 승리를 축하하는 행사고, 북경은 중일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는 행사인데, 한국이 무슨 명목으로 낀단 말인가? 혹시 김정은과 정상회담이 이루어질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는 모양인데 정상회담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여야대표회담도 사전조율이 필요한 것인데, 이렇게 갑남을녀가 흘낏 지나치는 것이 무슨 정상회담이란 말인가?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3월31일자에 ‘제2의 애치슨 라인을 우려함’이라는 칼럼을 썼다. “설마 그런 일이?” 하면서도 요새 되어가는 정세가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이런 극단적 전례를 들어 경고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치슨 라인은 스탈린과 김일성이 6.25전쟁을 일으키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미국 세계전략의 실패 사례다. 누구나 무주공산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 더구나 상대는 세계적화가 바로 눈앞에 다가온 듯이 날뛰던 공산제국 소련의 두목이다.

트루먼은 급작스러운 루즈벨트의 서거로 중책을 맡았으나, 본시 국제정치에는 별로 경험이 없는 시골 신사였다. 그러나 애치슨은 보기 드문 국무장관으로 평가되던 전략가인데 이런 치명적인 실착을 두었을까? 그것은 당시 미국 국민과 엘리트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 것과 다름 아니다. 김대중 고문은 현재 미국 국민과 엘리트의 흐름이 비상하게 흐르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 외교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대통령은 이번 6월 러시아에, 8월 베이징에 갈 필요가 없다. 가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다. 모스크바는 독소전쟁에서의 소련의 승리를 축하하는 행사고, 북경은 중일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는 행사인데, 한국이 무슨 명목으로 낀단 말인가? 혹시 김정은과 정상회담이 이루어질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는 모양인데 정상회담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여야대표회담도 사전조율이 필요한 것인데, 이렇게 갑남을녀가 흘낏 지나치는 것이 무슨 정상회담이란 말인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렇게 불필요하게 미국 정부의 서운함을 일으키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사드(THAAD)와 AIIB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엉거주춤하다가 죽을 쑤고 있는 것은 단적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지난 몇 달간 미·중의 눈치를 보느라 주도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공관장회의에서 “고난도 외교사안에 대해 1·2 차원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 “패배주의적, 자기비하적, 심지어 사대주의적 시각”이라고 규정하며,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에 너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일축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팍스 아메리카나와 중국의 대국굴기가 맞닥뜨리는 복잡한 상황에서 이를 헤쳐나갈 정부의 장기전략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수세에서 관망하고 모습은 러브 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샌드위치에 더 가깝다”는 뼈아픈 지적을 박근혜 정부는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과 최대한 협력해야 하지만 한미동맹과 협력이 1순위”이며 “한미동맹이 약해지면 대중관계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명심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21세기의 영일동맹”이라는 테제는 “봄이 오면 꽃이 핀다”와 같은 공리다.

김대중 고문의 ‘제2의 애치슨 라인을 우려함’은 가히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에 비유할 만하다. 지금 박 대통령은 한반도 안에 남과 북으로 선이 그어져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동과 서로 선이 그어지는 가상의 상황을 과연 어떤 책임의식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김대중 고문은 “박 대통령은 한(恨)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결언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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