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림 특별기고] 박종철·전두환, 그들이 머물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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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고문을 받다가 사망한 경찰청 대공분실 안 독방.
그리고 한 장군이 권력투쟁에서 밀려 쫓겨간 절간 안 독방.

완전히 별개의 장소지만 이 두 개의 독방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첫 번째 독방의 희생자는 박종철이다. 민주화를 위해 싸운 학생운동가이며 당시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던 중에 사망했다.

두 번째 독방 안에 있던 사람은 전두환이다. 극악무도한 철권통치자로?정부에 반대하는 인사를 중앙정보부가 잡아들이게 한 그 책임자니, 박종철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리에서 물러난 뒤 백담사에 은둔하면서 참회의 시간을 가졌는데 공교롭게도 두 개의 독방 모두 역사적 성지가 되었다. 물론 박종철의 독방을 방문한 사람과 전두환의 독방을 방문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를 것이다.

박종철의 독방에서는 그가 물고문을 받으며 죽어갔던 욕조만 봐도 감히 몸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반면 전두환의 독방에서는 큰 권세와 영화를 누리던 사람이 얼마나 영락(零落)했는지를 구경하는 것 자체가 흥미로울 것이다.

박종철의 운명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 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에 대한?투쟁으로 이어졌다. 광주시민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것으로도 악명 높은 전두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전두환은 정치적 활동을 철저히 감시했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은밀히 칼 마르크스를 읽고 지하 출판물 등을 통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퍼뜨렸다. 대학생들 중 상당수가 공장에 ‘위장취업’을 해서 노조와 연계하기도 했는데 이런 좌파 학생들을 잡기 위해서 각 대학 캠퍼스로 진압경찰이 파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박종철이 사망한 것이다.?그는 불과 22살이었으며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회장이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이던 이한열 학생은 그해 초여름?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불러온 1960년 학생운동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순교는 그들의 운명이었지만 각 연대마다 깨어있는 젊은 영혼들은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다.

지식인들의 지도적 역할은 한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유교적 가치에서 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유교에서는 권위에 복종하라고 가르치지만 왕이 잘못된 길로 갈 경우 선비들이 앞장서서?양심을 걸고 행동해 왔다.

박종철은 죽었지만 그의 양심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경찰의 잔인함에 충격을 받은 사제들이 그의 양심을 이어받은 것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박종철 고문에 대해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찰의 고문 은폐에 대해서 폭로했다.

중앙일보는 박종철의 고문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다른 2명의 학생들의 사망과 한 노동운동가가?감금됐던 사실을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은 정보부의 손 안에 있던 정치범들이 겪은 감금, 고문, 사망 등에 대한 무시무시한 보고서를 펴냈다.

박종철의 죽음은 권력을 남용하는 독재정권에 대한 전국적인 투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갈라져 있던 야당들도 전두환에 맞설 하나의 이유를 찾게 된 것이다.

화이트칼라 사무직까지 역사적인 6월 항쟁에 가세하고 최루탄 가스가 난무하는 것을 무릅쓰고 시위에 참여하자 전두환은 군대를 동원하려 했다. 그러나 광주에 대한 기억과 서울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손을 들었다. 승산 있는 게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종철은 헛되이 죽은 것이 아니다. 당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전두환이 굴복했을 때 대한민국은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 것이다.

비록 전두환은 제 5공화국 제 12대 대통령직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 독재정권의 마지막을 알리는 종은 이미 힘차게?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종은 민주주의의 상징인 박종철을 위해 울리고 있다.

글 이반 림 전 스트레이트타임스 선임기자
번역 이명현 기자 EnjoyMiracle@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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