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귀의 법이야기] 현대차 기아차는 유통업체인가

신문 증권면을 보면 운송기계부문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나온다. 필자는 자동차법을 주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필자의 방을 찾아 오는 분들에게 이 두 회사의 업태를 물으면 대부분 제조업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2013년도 기준으로 현대자동차는 매출 87조 3,076억원, 영업이익 8조 3,155억원, 기아자동차는 매출 47조 5,979억원, 영업이익 3조 1,77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되었다. 현대자동차는 매출규모의 약 10%가량, 기아자동차는 대략 6.8%정도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필자는 대표적인 위 두 자동차기업의 업태는 유통업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기준으로 약 79조의 부품 등 원가를 들여 대략 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구조이니 말이다. 위 두 기업에게는 수많은 부품의 납품업체가 있다. 위 두기업의 선전은 수많은 납품업체에게 다행이고 성장의 발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점이 단점이라고 위 두 기업이 시장에서 선전을 펼치지 못한다면 부품업체에게는 낭패이기도 하다. 납품업체들은 위 두 기업의 구매에 사활을 걸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월적인 지위의 존재 때문에 하도급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부품업체들의 자체 기술이 미흡하여 위 두 기업에 기댄 면도 있고 안주한 면도 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그러한가? 이 방면에 정보를 가지신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는 반드시 부품업체가 조립업체에 종속되어 있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부품업체가 부품의 다양성과 전문성에서 조립업체와 독립적이라고 한다. 즉, 자동차엔진을 만드는 업체에서 항공기엔진, 우주선엔진, 선박 및 철도 그리고 건설기계의 엔진을 만들 수도 있는 경우 협상력이 크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공급처의 다변화이다. 고급부품을 만들지 못하는 회사에게 부품을 제공하여 공급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수직계열화를 통하여 한국의 자동차기업처럼 조립업체에 부담이 되거나 또는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국내 모회사의 어떤 모델은 벤츠자동변속기를 장착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세 번째, 각 부품기업의 임직원이 연구개발 및 생산실력이 결코 조립업체에 떨어지지 아니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단순히 하도급의 개선만으로 부품기업과 조립기업간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고 근본적인 대책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한국에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소책은 무엇인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품업체의 부품용도의 다양화, 국제화, 그리고, 임직원의 실력 제고다. 한국에서 인력과 자금의 대기업 쏠림현상은 당초 불균형적인 성장모델을 채택하였으므로 당연한 귀결이다.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근본적인 문제 즉, 자금 및 인력의 공급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부품업체는 조립업체에 비하여 대체적으로 규모가 작은 것이 보통이다.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포항제철, 엘지화학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과연 위에서 말하는 두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어디서 올까?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와 BMW 및 벤츠의 대결일까 아니면 한국의 고무호스 제작업체와 독일의 고무호스 제작업체의 차이일까? 필자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의 조립으로 제작된다. 물론 브랜드, 엔진, 그리고 디자인이 차이가 있겠지만 세밀히 따져보면 결국은 부품업체의 실력이 자동차의 실력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자동차 업체는 스스로 제조하는 업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품을 받아 이를 전 세계로 유통시키는 유통업체가 더 가까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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