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귀의 법이야기] ‘한정승인’ 유감

웃는 상속인이라는 말이 있다. 상속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상속이라고 한다. 그런데 웃는 상속인만 있을까? 대개 상속이라고 하면 적극적 재산이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것만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피상속인의 채무는 상속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상속인은 상속개시 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민법 제1005조 본문) 민법에 의하면 적극적 재산만이 아니라 소극적 재산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졌던 빚을 상속인에게 지우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의뢰인 L이 필자를 찾아왔다.?남편이 사망하였고 조금 있는 재산을 자식과 함께 상속하게 되었는데, 난데 없이 청주지방법원에서 소장이 왔다고 하였다. 내용을 보니 피상속인이 생전에 빚이 있다는 것이었다. L씨는 과연 남편이 살았을 때, 빚이 있었는지 아는 바가 없었다. 필자는 의뢰인이 상속포기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대전가정법원을 통해 한정승인절차를 밟아 주었고 신문에 공고도 냈다. 그리고 청주지방법원 사건은 상대방이 소를 취하하여 종결되었다.

이후 여러 건의 소송에서 상대방이 상속포기를 하여 우리 측의 소를 취하한 적도 있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절차를 거치면서 제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헌법상 연좌제는 폐지되었다. 즉,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3조 제3항) 그리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헌법 제23조 제1항 본문) 그런데, 왜 피상속인의 빚 때문에 상속인이 그 빚을 갚는 고통을 당하여야 하는가? 혹자는 말할 것이다. 피상속인이 저질러 놓은 것을 상속인(심하게 좁혀보면 보통은 자녀)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다시 말하면 “니 애비가 저질러 놓은 빚이므로 자식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쉽게 말한다. 물론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 또는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인은 위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상속인은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민법 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 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그리고, 민법 제1026조에서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 한 것으로 본다. 1.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포기는 어떻게 가능한가??한정승인에 대해?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의 경험으로는 상속의 포기나 한정승인은 법원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상속인은 피상속인이 사망을 하면 상속이 곧바로 개시되며(민법 제997조), 물권의 경우 등기를 하지 아니하여도 곧바로 물권의 변동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민법 제187조 본문)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예 피상속인이 사망에 이르면 곧바로 변호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야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서 제안한다. 원칙적으로 한정승인을 하고 예외적으로 자유의지에 의하여 가정법원에 신고하여 단순승인을 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예외로 하는 것으로 입법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물론, 우리사회가 아직 재산의 보유현황에 대하여 명백하게 되어 있지 아니하여 지하경제가 제대로 정상화 되지 아니하였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제대로 된 재산의 관리를 국가가 신경을 써야 되는 것이지 불측의 빚 폭탄을 상속인에게 안기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적극적 재산을 물려주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상 당연하다. 다만, 그것은 피상속인의 재산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한정승인을 원칙으로 하자는 것이다. 우는 상속인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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