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격하게 붙을 듯

한전 삼성동 부지 공개입찰 매각하기로

한국전력이 17일 본사 부지 7만9천342㎡를 공개 입찰 방식으로 연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터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으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인접한 요지다. 추정 시세가 3조∼4조원으로 공시지가(1조4837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이유다.

이곳저곳에서 눈독을 들이는 만큼 매각 과정에서 자칫 헐값 매각이나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전이 ‘최고가 일반매각’ 방식을 선택하고 입찰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매각 작업이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현재 한전 본사 부지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다.

특히 현대차는 모든 계열사를 동원해 이 부지를 사야 하는 당위성을 알리며 총력 태세를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는 서울 성동구 뚝섬에 있는 삼표레미콘 부지(2만7828㎡)에 110층짜리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의 층수 규제 등으로 무산되자 한전 부지로 눈길을 돌렸다.

현대차가 한전 터 매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현재 양재동 사옥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이른데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 위상에 걸맞은 신사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 소속 임직원은 1만8천명에 달하지만 양재동 사옥의 수용 능력은 5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주요 계열사가 서울 시내 곳곳에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있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한전 부지에 한국판 ‘아우토슈타트’인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그룹 본사다. 출고센터와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250만명이 찾을 정도로 독일의 대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에다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한데 모으고 호텔과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만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

삼성그룹도 한전 부지에 관심이 있지만 현대차그룹과는 달리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2008년 ‘태평로 시대’를 마감하고 서초동에 세 개 빌딩으로 이뤄진 신사옥을 마련해 새로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무리해서 한전 부지 인수전에 뛰어들어야 할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또한 한전 부지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필요가 아니라 일부 계열사가 개별적인 사업 차원에서 접근해왔다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부지와 인접한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였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강남구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에는 한전 부지와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부지에 114층과 75층, 5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 3채와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연면적 94만4757㎡ 크기의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일대를 이른바 ‘삼성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사로서 한전 부지 개발사업에 관심을 뒀던 것이며, 삼성생명은 자산 운용 차원에서 감정원 부지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 가운데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녹지그룹, 미국의 세계적인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녹지그룹은 롯데관광개발 계열사인 동화투자개발과 함께 제주도에 1조원을 투자해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등을 합친 초고층건물 ‘드림타워’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전 부지의 덩치가 커 국내외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

한전 부지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면 코엑스에서 잠실운동장에 이르는 영동권역을 국제 교류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한전 부지의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50% 용적률이 800%로 높아지고 초고층 빌딩도 세울 수 있다.

상당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한전 부지의 40%가량을 기부채납 받아 공공시설로 활용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부지 인수자로서는 1조∼2조원을 서울시에 내야 한다. 인수 희망 기업이 주판알을 튕긴 결과에 입찰 흥행 여부가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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