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이나 가스공급 중단???유럽 ‘가스대란’ 우려

5월21일 우크라이나의 한 노동자가 가스 저장소의 밸브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AP>
러시아-우크라 가스분쟁 돌파구 못찾아

러시아가 가스대금 체불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으로의 가스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연쇄 ‘가스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는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중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협상 최종 결렬 뒤 우크라이나 가스공급을 선불제로 바꾸는 조치를 취한데 이어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16일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선불 공급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미리 지불한 대금에 해당하는 양만큼의 가스만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선지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가스프롬은 “선불제 시행 결정이 (우크라이나 가스수입업체) ‘나프토가스 우크라이나’의 만성적인 가스대금 체불 때문에 내려졌다”며 “우크라이나의 체불대금이 지난해 11~12월분 14억5천만 달러, 올해 4~5월분 30억 달러 등 44억5천만 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협상이 열리더라도 협상대상은 선불 공급제 도입 여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체불 가스대금 지불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리 프로단 우크라이나 에너지·석탄산업부 장관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제로 수준으로 줄고 유럽국가들로 가는 가스만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에너지부 및 법무부에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야체뉵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3자협상에서 시장가격에 맞고 러시아측에도 이익이 되는 가격을 제시했지만 러시아가 정치적 이유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가스프롬은 스톡홀름 국제중재재판소에 우크라이나 가스수입업체 나프토가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체불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가스프롬의 제소에 대해 나프토가스도 공정한 시장가격 판정을 요구하며 스톡홀름 재판소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기업은 또 소장에서 가스프롬이 2010년부터 가스값을 과다하게 받아왔다며 과다 지불된 60억 달러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사태에 대비해 상당한 양의 가스를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크라이나가 장기간의 공급중단 사태를 버텨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통 가스관을 통해 가스수요의 약 3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EU도 간접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 사정이 악화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빼내 쓰게 될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유럽행 가스관을 잠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으로 올겨울 EU 국가의 가스공급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EU가 3자협상을 재개해 극적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EU는 “슬로바키아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로 역수출하는 양을 연간 80억㎥으로 크게 늘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난 극복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크림 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압박 수단으로 지난 4월부터 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인상했다. 이전까지 1천㎥당 268달러였던 가스가격이 485달러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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