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군부, 20일 새벽 계엄령··쿠데타 여부 ‘촉각’

8년만에 또다시…”유혈사태 방지 위해 나섰을 수도”

태국 군부가 20일 새벽 계엄령을 선포했다.

군부는 군 TV방송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군부는 그러나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국민은 당황할 필요가 없다”며 “이번 조치는 국민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은 평소대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계엄령 선포를 전후해 방콕 소재 민간 방송국 등에 진입했다. 이로써 군은 전국의 치안질서유지 권한을 갖게 됐다.

BBC, AP, AFP 등 주요외신과 더 네이션, 더 방콕포스트 등 현지신문들로 인터넷판을 통해 “태국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했다(Thailand army declares martial law)”며 계엄선포 소식을 속보로 내보냈다.

태국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8년 만이다. 2006년 9월19일 쿠데타와 함께 전국 76개주에 계엄령을 내린 바 있다.

군의 계엄령 선포가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과도총리 대행이 이끄는 내각의 승인을 받았는지는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현재 밝혀지지 않다. 계엄령 선포가 현 정부를 퇴진시키기 위한 쿠데타에 준하는 것이라면 친정부 진영으로부터 큰 반발을 초래하고, 정치 위기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계엄령이 반(反)-친(親)정부 시위에 따른 유혈사태 방지와 치안질서 유지를 위해 선포됐을 가능성도 크다.

태국의 주요 정치세력 중 하나인 군부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프라윳 찬 오차 육군 참모총장은 15일 반정부 시위에 대한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치자 성명을 발표해 “폭력이 계속되면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이 나설 수도 있다”며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시사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반정부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지며 정국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7일 헌법재판소의 권력남용 결정으로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해임됐다.

이후 반정부 시위대는 중립적인 인물을 선정해 새 과도총리로 임명하겠다며, 오는 26일까지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반정부 시위 사태가 발생한 이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시위대에 대한 괴한들의 공격 등으로 지금까지 28명이 숨지고 800명 가까이 다쳤다.

친정부 진영은 선거로 구성된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 총리를 임명하는 것은 위험이자 반란에 해당한다며, 반정부 진영이 새 총리 임명과 새 과도 정부 구성을 강행하면 대규모 맞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해왔다.

태국은 2월 실시한 조기 총선이 무효가 돼 오는 7월 재총선을 실시키로 잠정 결정됐으나, 반정부 진영이 새 과도정부 구성을 주장하며 선거에 반대해 재총선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 교민과 관광객들은 신변 안전에 유의해 달라”며 시위대 근처에 절대 가지 말고 야간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현지 여행객들은 공항 폐쇄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태국인과 정치적인 논쟁은 절대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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