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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엄상익 칼럼]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의 “위선피화 오소감심”이 엄씨 가문 경전돼야
“네가 지금 ‘씨발’ 이라고 했느냐?”…영화관에서 만난 가문의 DNA 아내와 시골 도시의 작은 극장에 갔다.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관객은 스무 명쯤 됐을까. 대부분이 노부부였다.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영화 속의 조상을 보러 왔기 때문이다. 배우 유해진이 척박한 깊은 산골의 촌장 엄흥도의 역할이었다. 째진 눈, 튀어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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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엄상익 칼럼] 안성기의 죽음 앞에서, 나는 나에게 묻는다
영화 ‘꽃상여’에서 잔잔한 장의사 역할을 맡은 안성기 배우 배우 안성기가 죽었다. 73세. 나와 비슷하다. 집에서 밥을 먹다가 쓰러졌다고 했다. 음식물이 목에 걸렸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6일 후 숨을 거뒀다. 어린 시절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그는 내게 친숙한 소년 얄개였다. 몇 년 전 ‘종이꽃’이라는 영화를 봤다. 화면에 인상이 흉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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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 칼럼] 조진웅의 은퇴, 판단은 누구의 몫인가
영화 <대외비>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조진웅 영화배우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했다. 30년 전 소년 시절의 범죄 때문이다. 언론은 들끓었고 정치권은 편을 갈라 그를 논쟁의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재빨리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현실의 파도를 피했다. 열일곱 살의 얼룩이 쉰 살 인생의 오점으로 그냥 존재했다. 얼마 전 텔레비전 화면에 명문대의 주임교수가 국회에서 정의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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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 칼럼] 세금 앞에 당당한 사람들 위한 법, 과연 있을까요?
“세무당국은 모든 국민을 탈세범으로 간주하고 증거를 못 대면 그냥 돈을 뺏어 국민의 눈물을 뽑는다는 겁니까? 왜 그렇게 법이 다르죠?” 그의 목소리가 낮아진 것도 같았다. “저희 말단공무원은 국민들 사정을 알아도 나중에 감사가 나왔을 때 ‘너 왜 봐줬어? 돈 먹었지?’라고 할까봐 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어요.”-본문에서. 사진은 국세청 본청 어머니는 아흔 살에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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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박정희와 신현확…의료보험 도입해 ‘가난한 시인’도 병원 갈 수 있는 ‘나라’ 만든 장본인
박정희와 신현확.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1976년 신현확이 보건사회부 장관 시절 입안해 박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도입됐다. 강태기 시인이 혼자 죽어가고 있었다. 임대아파트 작은 방에서 법률상담을 하러 갔던 내게 그가 말했다. “저는 우리의 복지정책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저 같은 가난한 사람에게 편히 누울 수 있는 임대아파트도 주고, 병원에서 치료도 해 주고.”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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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권력 앞에서 할 말 끝까지 하는 것에 대하여’…신현확과 박정희’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 신현확 경제부총리, 차지철 경호실장(오른쪽부터). 5.16 당시 차지철은 공수부대 대위로 박정희 소장을 보위하고, 신현확은 민주당 정부에 의해 3.15 부정선거 관여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나는 녹취록의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특별사면, 1962년 5월 16일 석방’이라고 간략히 적혀 있었다. 그날, 신현확은 서대문형무소 정문을 나섰다. 2년 7개월 만이었다. 그는 한동안 동숭동의 집 사랑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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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5.16군사재판정 신현확 “자유당정권 국무위원 지낸 나에게 사형을 선고하시오”
신현확은 5.16 군사재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유당 정권에서 조직적인 선거부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것 때문에 나라가 뒤집어진 게 사실입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자유당 정권의 국무위원을 지낸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누가 지겠습니까? 나는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나에게 사형을 선고하십시오. 그만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고 달게 받겠습니다. 다만 내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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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현확 같은 부하 둔 대통령이 부럽소”…美대통령 아이젠하워, 이승만에 친서
40대 시절 신현확 전 총리 신철식이 자그마한 박스를 들고 나의 법률사무실로 들어섰다. 그가 박스를 나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에 관한 자료야.” 그가 연 박스 안에는 스크랩북이 보이고, 비망록 같은 낡은 서류들이 보였다. 그 옆으로 먼지 묻은 카세트테이프가 여러 개 있었다. “어떤 것들인데?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인가?” 변호사인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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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신현확 전 총리 친일 둘러싼 법정 공방…아들 신철식의 부친 ‘누명 벗기기 투쟁’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들이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 1차 명단 발표를 하고 있다. 411호 법정. 오전 10시.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판사가 들어왔다. 안경 너머로 법대 위의 서류를 훑는 그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신청인 측, 주장을 요약해 주십시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현확은 고등문관시험에 합격, 도쿄의 상공성 사무관 시보로 발령받아 1년간 실무 수습을 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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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친일 논란 신현확 전 총리가 12·12 법정에서 남긴 증언
최규하 대통령(오른쪽)과 신현확 총리 1996년 8월, 417호 법정. “이 새끼들이 우리 아버지를 이완용보다 더한 친일파라고 해.” 신철식이 두툼한 서류 뭉치를 내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분노에 찬 목소리였다. “뭐라고?” “민족문제연구소 답변서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나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A4 용지 20장이 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신현확은 우리가 친일파로 인식하고 있는 이완용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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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엄상익의 재판기] “신현확이 ‘친일파’라고?…나는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신현확 총리. 신 총리는 신군부의 집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내각 총사퇴로 물러났다. <국가기록사진> 2008년 5월, 밤이면 광장은 붉은 촛불의 바다였다. 가로수가 꺾여 장작불이 되고, 쇠파이프를 든 젊은이들이 경찰 버스를 공격했다. 버스 위의 경찰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산 소고기만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방송을 듣고 시민들이 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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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 칼럼] 판사들은 어떻게 사법부 독립을 지킬까?
조희대 대법원장 삭발하고 감옥도 갈 순교자 같은 판사들이 나올 수 있을까?“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정치적 신념에 사법부 전체가 볼모로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판사가 올린 대법원장 사퇴 권고문이다. 민주당의 대표가 그 문장을 인용하면서 대법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대법원장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바로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한 사건을 유죄로 선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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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내가 추구한 길 위에서 만난 스승들
고시에 합격하고 검사 직무대리로 검찰청에 잠시 근무할 때였다. 고교 선배인 변호사가 찾아왔었다. 그가 나를 데리고 검찰청 앞 화단으로 나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아침에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서 검사실로 들어서는 피의자의 수갑을 풀어준 적이 있어? 그리고 그에게 자판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나 담배 한 개비 권한 적이 있어?” 그 한마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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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 칼럼] 70살 넘어서도 행복하게 사는 법
친구들 노년의 하루가 궁금하다. 그래서 이따금씩 물어본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오전이면 주민센터에 가서 요가와 명상을 하지. 퇴직 하고 오카리나를 십년 넘게 연습했어.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 팀을 짜서 버스킹 연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나름대로 루틴을 만들어 바쁘게 살고 있다. 또 다른 친구에게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새벽에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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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나는 정직하기로 했다. 약점이나 못난 점만 드러내기로 했다”
연애 시절이었다. 속이기 싫었다. 아내에게 허물어져 가는 변두리의 오래된 일본식 작은 목조집을 보여주었다. 내가 자란 집이었다. 빈민촌의 숙부 집도 구경시켰다. 리어카를 끌고 거리에 나가 행상을 하던 숙모가 장사를 접고 고기를 한 근 사 가지고 와서 삶아 주었다. 아내가 될 사람을 인사시켰다. 숙모가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거짓과 허세의 병을 고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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