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북아] 중-인 해빙·BRICS 결속…中 내부통제 강화, 韓 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진핑·모디 “라이벌 아닌 파트너”
시진핑 주석과 모디 총리는 13일 뉴델리 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중국과 인도는 라이벌이 아닌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 정상은 양국의 발전을 서로의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고 “이견이 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항공편과 국경무역, 인적 교류의 재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9년 이후 양국 정상의 인도 대면이 오랜만에 이뤄진 것은 2020년 갈완계곡 충돌 이후 얼어붙었던 중인관계가 회복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조적 갈등은 남아 있다. 히말라야 국경문제와 무역 불균형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인도의 교역 규모는 1511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인도의 대중 무역적자 역시 1121억달러로 최대를 기록했다. 경제적 상호의존은 깊어졌지만 전략적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BRICS ‘뉴델리 선언’…무역전쟁 비판
제18차 BRICS 정상회의는 13일 ‘뉴델리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선언은 국제사회의 무역전쟁을 비판하고 중동지역의 자제를 촉구했다. 다만 미국이나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지 않았고, 이란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회원국 간 입장 차이 속에서도 공동선언을 도출했다.
BRICS는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을 넘어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이집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까지 확대됐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사우스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다시 보여줬다.
중국은 BRICS를 다자주의와 개방경제,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주장하는 외교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인도와 관계를 회복하고 BRICS 결속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만 주변 중국군 활동은 ‘저강도 상시화’
중국군의 대만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13일 대만 주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5대와 해군·공무선 7척이 포착됐다. 일부 군용기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남서·동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최근 중국군의 전투기 출격 규모 자체는 하루 5~6대 수준으로 비교적 낮아졌지만, 해군·해경·조사선 활동은 오히려 늘어나는 흐름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 방식을 대규모 군용기 출격 중심에서 해군과 해경, 조사선 등을 활용한 상시적인 해상·준군사 활동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군사훈련보다 낮은 강도의 압박을 지속함으로써 대만군의 피로도를 높이는 이른바 ‘그레이존’ 전략과도 연결된다.
중국, ‘사회거버넌스 영도소조’ 신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사회거버넌스 영도소조’를 신설한 사실도 주목된다. 이 기구는 사회 안정과 치안, 기층 조직 관리 등을 총괄하는 당 차원의 협의기구로 알려졌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중국공산당 제21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 안정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첨단기술을 통한 사회 관리와 당 조직을 통한 기층 통치를 동시에 강화해왔다. 사회거버넌스 영도소조 신설은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체제는 외부에서는 정상외교와 다자외교를 확대하는 동시에 내부에서는 사회 안정과 조직 통제를 강화하는 두 흐름을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다.
中-印 교역 최대…배터리는 중국 의존
중국과 인도의 관계 개선에도 경제문제는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 인도는 전기차·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 등 녹색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배터리와 부품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산 부품과 소재 없이는 인도의 제조업과 에너지전환 전략이 단기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공급망 지배력이 대인도 협상에서도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인도는 중국시장 접근 확대와 무역적자 축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산 중간재와 배터리 의존도를 동시에 줄여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중인관계가 정치적으로 해빙되더라도 경제적 불균형 문제는 장기간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반도체, 중국 대신 동남아 거쳐 미국으로
한국은행은 13일 한국산 반도체와 부품이 중국을 거치기보다 동남아시아 생산기지를 통해 미국으로 향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한국 반도체와 부품이 중국의 조립공장에 들어간 뒤 완제품으로 미국에 수출되는 경로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관세와 수출통제, 중국의 희토류 통제 등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이 생산과 수출 경로를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동남아가 미중 공급망 경쟁의 완충지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단순한 ‘탈중국’이라기보다 지정학적 위험을 낮추기 위한 공급망 분산으로 볼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도 동남아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동남아는 한국·중국·미국 기업이 동시에 경쟁하는 핵심 제조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대일로 ‘군사적 활용’ 논란도
중국의 해외 인프라가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다시 제기됐다.
타이베이타임스는 최근 중국 J-16 전투기와 Y-9LG 전자전기의 이집트 전개를 사례로 들며, 일대일로를 통해 건설한 항만과 교통 인프라가 장차 중국군의 해외 작전을 지원하는 기반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대만 매체의 분석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중국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구축한 이후 상업용 항만과 해외 인프라의 군민 이중용도 가능성은 미국과 서방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다.
중국의 해외 영향력이 무역과 투자에 머물지 않고 안보와 군사 영역까지 확대될지는 향후 일대일로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관전 포인트
당분간 네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시진핑-모디 정상회담 이후 국경문제와 중국시장 접근에서 실제 후속 합의가 나오는지다. 둘째, BRICS ‘뉴델리 선언’을 계기로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대미 협상력으로 얼마나 활용할지다. 셋째, 사회거버넌스 영도소조 신설 이후 중국 내부의 사회통제와 기층 통치가 어떤 방식으로 강화되는지다. 넷째, 한국 반도체 공급망이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동하는 흐름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되는지다.
오늘 흐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밖으로는 외교적 공간을 넓히고, 안으로는 통제를 강화하며, 경제에서는 공급망 위험을 재조정하는 중국’이다. 중인관계 해빙과 BRICS 결속, 대만 주변의 저강도 군사압박, 내부통제 강화, 반도체 공급망 이동은 서로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중 경쟁이 장기화되는 환경에서 중국이 외교·안보·경제의 대응 수단을 동시에 정비하고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