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브리핑] 중국, 황옌다오·대만 동시 압박…대미 보복은 ‘법률전’으로

중국이 남중국해 황옌다오에서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대만 주변 군용기와 함정 활동도 다시 늘렸다. 미국의 기술·통상 압박에는 국가안보 조사와 미국 기업 제재, 드론 수출심사 강화 등 제도화된 보복조치로 맞섰다. 필리핀은 미국·일본·호주와의 안보협력에 인도와 한국까지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로봇과 인공지능 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는 한편, 태풍과 항만 적체, 역외 자금 통제 강화가 중국 경제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군사 압박, 통상 보복, 진영 확대, 첨단산업 자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국면이다.
중국, 황옌다오서 해·공군 합동훈련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황옌다오, 즉 스카버러 암초와 인근 해역·공역에서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훈련에는 정찰과 조기경보, 억지 순찰, 해공 통제, 합동 타격 등이 포함됐다. 남부전구는 이번 훈련을 통해 해군과 공군의 협동, 신속한 지원, 체계적 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필리핀이 설정한 황옌다오 영해 기선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남부전구는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이번 훈련은 필리핀이 황옌다오 주변 해도를 유엔에 제출하고 법적·외교적 대응을 강화하는 데 대한 중국의 실전형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관영 군 매체가 정찰과 해공 통제, 합동 타격 등 구체적인 훈련 과목을 공개한 것은 단순한 순찰이 아니라 실제 충돌 상황까지 염두에 둔 훈련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주변 중국 군용기 14대로 증가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이 진행된 시기, 대만 주변에서도 중국군 활동이 늘었다.
대만 국방부 집계에 따르면 8월 6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에서 중국 군용기 14대와 해군 함정 9척, 공무선 7척이 포착됐다.
중국 군용기 가운데 6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중부와 남서부, 동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최근 6~8대 수준이던 군용기 활동이 14대로 늘어나면서 중국의 대만 압박이 다시 강화되는 모습이다.
대만군은 초계기와 함정, 해안 미사일 체계 등을 동원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서로 분리된 공간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해양 전략 전역으로 묶어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쪽에서는 필리핀을 압박하고, 대만 주변에서는 군용기와 함정을 상시 운용하면서 대만군의 경계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필리핀, ‘스쿼드’에 한국·인도 참여 제안
필리핀에서는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협의체 ‘스쿼드’에 인도와 한국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미국과 일본, 호주 등과의 군사훈련과 해양안보 협력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한국과 인도까지 참여시켜 대중 견제망을 넓히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필리핀이 역외 세력을 끌어들여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다자 안보협력이 확대될수록 역내 긴장이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황옌다오 영해 기선 설정과 유엔 해도 제출, 스쿼드 확대 제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과 필리핀의 양자 대결을 넘어 다자 진영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 질서를 지지하는 것과 특정한 군사협의체에 참여하는 문제를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참여 여부뿐 아니라 참여 범위와 방식, 중국과의 외교·경제 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중국, 대미 보복조치 제도화
중국은 미국의 기술·통상 압박에 대응해 국가안보 조사와 미국 기업 제재, 드론 수출심사 강화 등을 포함한 대응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이 내놓은 조치에는 개정 대외무역법에 따른 첫 국가안보 조사, 미국 기업 7곳에 대한 제재, 드론 관련 수출심사 강화, 대미 수출품 검사 협력 중단 등이 포함됐다.
이는 미국이 중국 기업과 제품을 상대로 무역조사와 수입 규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블랙리스트 확대,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 규제 등을 추진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중국은 과거처럼 성명이나 외교적 항의에 머물지 않고 국내법과 행정절차를 활용한 보복 수단을 실제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과 첨단제품을 규제하면, 중국도 국가안보와 수출통제, 기업 제재를 근거로 맞대응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중 갈등이 관세 협상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계에서 벗어나 법률과 제도, 기업 활동 전반을 활용하는 장기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상외교가 진행되더라도 양국은 큰 틀에서 관계 악화를 관리할 뿐, 기술과 통상 분야의 세부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태풍 돌핀, 동북아 공급망 변수
태풍 돌핀은 8월 8일 류큐 열도를 지나 동중국해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하이와 저장, 푸젠 등 중국 동부와 동남부 지역은 태풍 비상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중국 기상당국은 돌핀이 창장 하구와 저장 해안에 상륙하거나 가까이 통과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저장과 상하이, 장쑤 일대에는 강풍과 폭우가 예상된다.
앞선 태풍으로 상하이와 닝보, 칭다오 등 주요 항만의 적체가 심화된 상황에서 추가 태풍이 접근하면 컨테이너 운송과 반도체·전자제품 생산에 연쇄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위축된 데에도 태풍과 기상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8월 초 다시 태풍이 겹치면서 생산과 물류, 수출 지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군사적 긴장과 미중 기술규제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동북아 공급망 안정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기후와 재난 대응 능력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중국 로봇·AI기업, 자본시장 진입 가속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기업공개 절차가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최대 550억 위안 규모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기업 미니맥스는 홍콩 스톡커넥트에 편입된 뒤 주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이 중국산 로봇과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와 자본시장은 자국 로봇·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전기차·배터리에 이은 새로운 첨단산업 성장축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중국의 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첨단기업의 주가와 기업가치만 빠르게 상승한다면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기업의 높은 기업가치가 실제 매출과 수익성,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중국 전기차, 제3시장 공략 확대
중국산 전기차의 호주 판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7월 호주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전기차의 인도가 급증하면서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기존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와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호주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제3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제품으로 구성된 중국의 이른바 ‘신 3대’ 수출전략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각국의 반덤핑 조사와 현지 생산 요구, 보조금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중국 기업들은 단순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공장 건설과 합작투자, 부품 공급망 구축을 요구받게 될 전망이다.
홍콩 보험수익 과세…자본통제 강화
중국 본토 세무당국은 홍콩 등 역외 보험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과세를 시작했다.
일부 사례에는 20%의 세율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본토 주민들은 자산을 해외로 분산하고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홍콩 보험상품에 가입해왔다. 중국 당국은 이런 자금 흐름이 자본 유출과 조세 회피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관리에 나섰다.
최근 중국이 증권사의 역외 스와프 거래를 제한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와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면서도 자본 유출과 과도한 차입, 투기성 자금 이동은 더욱 촘촘히 통제하고 있다.
개방과 통제를 병행하는 중국 금융정책의 특징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한국, 안보·통상·기술을 함께 봐야
이번 동향은 한국에 세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남중국해 안보협력의 원칙과 범위를 미리 정해야 한다. 한국이 스쿼드와 같은 다자 협력체에 참여할지를 검토하게 된다면 국제법과 해상교통로 보호, 한미동맹, 대중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둘째, 미중 양국의 제재와 보복이 법률과 행정절차로 제도화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드론, 로봇 등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산업이 미중 규제의 영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셋째, 중국 첨단산업의 자본화 속도를 주시해야 한다. 중국은 인공지능과 로봇, 전기차를 개별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생산, 수출, 자본시장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남중국해에서는 군사력을, 대미 관계에서는 법률과 행정수단을, 첨단산업에서는 자본시장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군사·안보와 외교, 산업, 공급망 정책을 각각 다루는 데서 벗어나 이를 하나의 동북아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중국의 대미 국가안보 조사와 기업 제재 후속조치, 태풍 돌핀에 따른 항만 적체와 공급망 영향, 황옌다오와 대만 주변 중국군의 추가 움직임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