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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보도의 새 기준③] 언론이 ‘공인 관련’ 보도에 앞서 물어야 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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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권태상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학전문학술지 『저스티스』 2026년 8월호에 ‘공인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에 관한 판단기준’을 발표했다. 두 교수는 공인을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보도할 공익이 큰 사람’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자발성·공공성·유명성을 기준으로 보도 허용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시아엔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글은 그 3번째 순서다. <편집자>

언론 현장 위한 ‘공인 보도 준칙’ 제안
논문은 이론적 분석을 넘어 언론사가 실제 취재·편집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인 보도 준칙’을 제시한다. 현재 신문윤리실천요강, 인권보도준칙, 언론윤리헌장, 인터넷신문 기사심의규정,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심의기준 등에 공인의 사생활과 초상권 관련 내용이 흩어져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에 관한 별도 기준은 거의 없고, 사생활 보도의 허용기준도 규정마다 다르다. 어떤 규정은 ‘공적 관심사’를 기준으로 삼고, 다른 규정은 ‘절제를 잃지 말라’고만 하며, 또 다른 규정은 보도 내용과 관련이 있으면 공인의 초상과 성명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추상적이고 분산된 규정만으로 언론사가 공인 보도의 적법성과 보도 방법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두 교수가 제안한 준칙은 공인을 자발적으로 공적 지위나 활동을 선택한 사람, 또는 자발적으로 유명해져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거나 관심의 대상이 된 사람으로 정의한다.

공인의 공적 지위와 활동에 관한 정보를 아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경우, 유명인의 영향력을 비판·평가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 건전한 상식에 비춰 대중이 통상 관심을 가질 만한 사실을 보도하는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인격권 보호보다 우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대중의 관심을 충족하기 위한 보도에서는 공인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질병과 성관계 등 내밀한 영역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에만 보도할 수 있다.

취재와 보도 방법 역시 건전한 상식에 비춰 적절해야 한다. 보도 목적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초상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발적으로 공적 지위를 얻지 않은 범죄·재난 관계자, 공직자의 가족, 유명인의 가족과 연인은 공인 보도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만 중대한 공익이 있으면 개별적인 이익형량을 거쳐 보도할 수 있도록 했다.

준칙은 법률이 아니라 언론의 자율규범을 지향한다. 언론사의 취재·보도 규정이나 언론 관련 기관의 심의기준에 반영할 수 있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실 전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준칙이 언론 현장에 정착한 뒤에는 언론중재법에 공인 보도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공인이냐 아니냐’만으로 보도 적법성 결정할 수 없어

이 논문의 결론은 언론의 자유를 무조건 확대하거나 공인의 사생활 보호를 일률적으로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보도 대상자가 공인인지 여부는 중요한 판단요소지만, 그것만으로 보도의 적법성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공인에 대한 보도라도 공익과 무관한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면 위법할 수 있다. 사인에 대한 보도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중대한 범죄 등 중요한 공익과 관련된다면 허용될 수 있다. 최종 판단에서는 보도 내용의 공익성, 보도로 얻는 사회적 이익과 당사자가 입는 피해, 보도의 긴급성과 시의성, 표현방식의 적절성, 정보원의 신빙성, 사실 확인을 위해 기울인 노력 등을 모두 살펴야 한다.

특히 같은 사람이라도 보도 사안에 따라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정치인의 정책과 공직 수행은 폭넓은 검증 대상이지만, 직무와 무관한 내밀한 질병이나 가족생활은 보호받아야 한다.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과 공적인 발언은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연애설이나 가족의 사생활은 별개의 문제다.

두 교수는 한국 법원이 미국처럼 공인이라는 신분만을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고, 보도 내용과 공익을 따지는 ‘내용 중심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실제 판단에서 원고의 신분과 영향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공인의 유형을 더욱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논문은 공인을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나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왜 그 사람에 대한 보도를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 답으로 제시된 것이 자발성, 공공성, 영향력과 대중의 관심이다. 자신이 공적 지위와 유명성을 선택했는지, 국민이 그 사실을 알아야 할 공익이 있는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대중의 관심이 건전한 상식의 범위 안에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논문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원칙은 ‘공인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사적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공직자와 권력자,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을 감시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공인을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그의 인간적 존엄까지 박탈할 수는 없다. 공인의 가족과 사건 피해자처럼 스스로 주목받기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같은 책임을 지워서도 안 된다.

김재형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2025년 9월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윤리위원회 1000회 기념 윤리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창훈 윤리위 이사장(앞줄 오른쪽)과 현창국 심의실장(뒷줄 왼쪽)이 경청하고 있다. <사진 신문윤리위원회>

김재형·권태상 교수의 연구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하나의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언론인과 법관, 보도 대상자가 같은 기준으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공통의 좌표를 제시한다.

공인을 둘러싼 보도 분쟁이 정치권과 연예계를 넘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까지 확산하는 시대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오늘, 이 논문이 제안한 기준은 전통 언론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그 사람이 공인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이 사실을 보도해야 할 공익은 무엇인가”, “당사자는 이런 공개를 감수할 지위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가”, “그 목적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인격권을 제한하는 보도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 세 가지 질문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인간의 존엄을 놓치지 않는 공인 보도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 메시지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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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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