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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브리핑] 대만은 ‘전시 생산’ 대비, 중국은 APEC·AI 자립 가속

태풍 돌핀이 대만 동쪽 해상에서 중국 동남 연안과 동중국해 방향으로 북상하는 예상 경로를 나타낸 개략도. 실제 이동경로와 강도는 기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대만이 중국의 봉쇄와 정밀타격에 대비해 무기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민간 공장을 군수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훈련에 나섰다. 중국은 대만 주변의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무대로 자유무역과 다자협력 의제를 선점하고 있다.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모델을 잇따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중국 정부가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 보호제도를 정비하는 등 기술 자립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중국의 다자외교 확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서로 맞물리는 복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만, 무기 생산라인 이전·민간공장 군수 전환 시험

대만 국방부는 8월 초 연례훈련에서 무기 생산라인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민간 공장을 군수품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군이 유사시 미사일과 드론 생산시설, 군수물자 공급망을 먼저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 기반을 분산하고 전쟁 지속 능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대만은 그동안 미국산 무기 도입과 국산 미사일·드론 생산 확대에 집중해왔다. 이번 훈련은 무기를 얼마나 보유하느냐를 넘어, 공격을 받은 뒤에도 계속 생산하고 보급할 수 있는 산업 동원체계를 점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무기 자체보다 탄약과 부품, 연료, 정비능력, 생산시설의 생존성이 전투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대만의 방위전략이 초기 공격을 막는 단계에서 전시 산업과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군용기, 대만 동부까지 압박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8월 4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6대와 해군 함정 7척, 중국 공무선 6척이 포착됐다.

군용기 6대는 모두 대만 남서부와 동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특히 대만 동부 해역은 중국과 가까운 서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중국군이 대만 동부와 태평양 방면까지 훈련과 순찰 범위를 넓히면서 대만은 섬 전체가 포위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별개의 지역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전략 전역으로 연결해 관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해군과 해경을 동원해 필리핀을 압박하고, 대만 주변에서는 군용기와 함정을 상시 운용하며 군사적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대만은 초계기와 함정, 해안 미사일체계로 대응하면서도 생산시설 분산과 민간 산업 동원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 APEC 자유무역 의제 선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월 4일 광저우에서 열린 2026년 APEC 제1차 고위관리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과 아태자유무역지대 실현을 강조했다.

중국은 11월 선전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 간 의제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관세와 수출통제,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유무역과 다자협력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을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로 규정하고, 중국은 개방과 협력을 지지한다는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다.

중국은 APEC뿐 아니라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 일대일로 협력체계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관계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자유무역론이 실제 시장 개방으로 이어지는지,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보조금 중심의 산업정책이 개선되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내세우는 개방 담론과 국내 산업 보호정책 사이의 간극은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AI는 오픈소스, 반도체는 지재권 강화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도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알리바바의 큐원(Qwen)과 상하이의 인공지능 기업 미니맥스는 새로운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 정면으로 비용 경쟁을 벌이기보다 모델을 개방해 세계 개발자와 기업이 쉽게 채택하도록 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오픈소스 전략은 첨단 반도체 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개발자 생태계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려는 선택이다.

중국 정부는 집적회로 배치설계 보호규정도 개정해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반도체 회로 설계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해 국내 설계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기술 생태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조치다.

중국의 기술 자립은 개별 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로봇, 통신, 조선 등 전략산업을 서로 연결해 미국의 수출통제와 공급망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조선업 세계 1위…규모에서 고부가 선박으로

중국은 2026년 상반기 조선 완공량과 신규 수주량, 수주 잔량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유지한 것으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전했다.

중국 조선업은 과거 중저가 벌크선과 일반 상선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대형 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자동차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은 중국 조선업과 해운업을 겨냥해 항만 수수료와 무역제재를 검토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중국이 상업용 선박뿐 아니라 군함과 해양플랜트, 해운 네트워크까지 확대하면서 조선업이 경제와 안보를 잇는 전략산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중국의 수주량 확대뿐 아니라 고부가 선박 기술력 향상이 더 큰 도전이다. 한국 조선업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스마트 선박 등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개방과 통제 병행

중국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사모펀드에 제공하던 신규 역외 스와프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외 스와프는 투자자가 직접 중국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증권사와 계약을 맺어 중국 자산의 수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시장 접근성을 높여주지만 과도한 차입과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키울 수 있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새로운 위험회피 수단을 제공하면서도 사모펀드의 과도한 레버리지 통로는 차단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개방하되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투기성 자금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대규모 경기부양보다 첨단산업 육성과 금융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태풍까지 겹친 동북아 공급망

태풍 돌핀이 대만과 중국 동남부 연안으로 접근하면서 자연재해도 동북아 공급망의 변수로 떠올랐다.

대만과 중국 동남부에는 반도체와 전자부품, 정밀기계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다. 강풍과 폭우로 공장 가동과 항만 운영, 해상운송이 중단되면 세계 공급망에도 단기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과 미중 기술규제에 태풍과 홍수 같은 기후위기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생산시설과 물류망을 더욱 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북아 공급망의 안정성은 이제 국가 간 관계뿐 아니라 기후와 자연재해, 에너지 확보 능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한국, 안보 동맹과 경제 현실 사이 전략 필요

현재 미중 경쟁은 경제·통상, 군사·안보, 첨단기술과 국제표준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관세와 수출통제, 인권 제재, 동맹국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중국 중심 공급망을 약화하려 한다. 중국은 기술 자립과 군사 현대화, 다자외교를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연결해 대응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산업과 민간 생산시설까지 포함한 전시 지속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안보 면에서는 미국·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경제와 공급망에서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 통신장비, 핵심광물 분야에서 어느 한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

미중 경쟁은 한 차례의 정상회담이나 무역협상으로 끝날 갈등이 아니다. 통상과 기술, 군사, 국제표준을 포괄하는 장기적인 체제경쟁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국도 개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과 산업, 공급망,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중장기 동북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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