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칼럼

[조용연 칼럼] ‘6.25전쟁’인가, ‘한국전쟁’인가?

6.25 전쟁 이후 한국 아동들은 유네세프의 도움으로 끼니를 잇는 경우가 많았다

2025년 6월 25일, 다시 6.25다. 올해로 75년이 흘렀다.

이 좁은 한반도 땅에서 100만 명에 달하는 생명이 스러졌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고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가족은 흩어졌고, 이름 없는 산야에 묻힌 영혼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 모든 상흔을 돌아보면, 전쟁은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안에, 우리 땅 위에 살아 있다.

우리는 이 전쟁을 <6.25사변>으로 배웠고, <6.25동란>으로 기억했다. 같은 민족이 총을 겨눈 동족상잔의 비극이었기에 더욱 아팠고, 자유민주주의 네 글자를 지키기 위해 산하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삶이 넉넉해지자 사람들은 ‘6.25’를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그 자리를 차지한 말은 ‘한국전쟁’이다. 표면상 ‘Korean War’의 번역어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교과서에 등장한 이 명칭은 어느새 역사를 덮는 가시박 덩굴처럼 퍼졌다. 중립적 표현을 가장한 이 용어는, 사실상 책임과 의미를 흐리는 모호한 이름이다.

‘한국전쟁’이란 말 속에는 ‘누가 시작했는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빠져 있다. 남침이 분명한 역사적 사실인데도, 북침 운운하는 주장 속에 ‘객관’을 빙자한 회피적 표현으로 ‘한국전쟁’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쟁의 제3자가 아니다. 책임을 묻고 기억을 바로 세울 주체다.

우리 민족은 날짜로 기억한다. 3.1, 8.15, 5.18, 12.12….

숫자 속에 역사의 상처를 담고, 교훈을 남긴다. 6.25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방부도, 국가보훈처도 ‘6.25전쟁’이라는 공식 용어를 고수하고 있다.

그저 태극기만 흔들 일은 아니다. ‘6.25’라는 이름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억하고 기리는 첫걸음이다.

오늘은 2025년 6월 25일, 그날로부터 정확히 75년이다.

조용연

울산·충남경찰청장 역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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