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어도 절반의 대한민국 국민은 반대했다는 사실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잊지 말기 바란다. ‘내란 종식’이라는 명목으로 이땅에 피바람이 분다면, 그것은 취임 첫날부터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민심과 지역을 아우르는 대통령의 첫 행보는 그게 아니어야 한다. 그야말로 ‘지금부터 이재명’이라는 말이 ‘정말 이재명은 다르네’라는 놀라움으로 우리 국민들이 받은 정서적 분열과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선거의 과정에서 등장했던 고약한 말들은 잊어야 한다. 승자로서 대통령이 가져야 할 우선 덕목이다. 내란이나 계엄의 징벌은 사법부의 영역으로 맡겨두면 된다.
거기다 기름 붓는 격의 훈수를 두어서 대통령의 길을 가시밭길로 만들 이유가 없다. 이 대통령를 지지한, 그야말로 ‘집토끼’의 입맛을 맞추려다가는 실패한, 많은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른바 ‘개딸들’이 설칠 거라는 보수 국민의 우려를 보기 좋게 엇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위험하다’라고 하는 보수세력의 우려를 놀람으로 끝장내야 한다.
인수위도 없는 대통령의 즉시 취임의 무게는 국정과제의 선정부터 짓누른다. 전임 대통령이 밉다고 그 시절의 국정과제와 국정철학이 몽땅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그 시대의 요구에 응해야 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이 변함없이 요구하는 기초철학 위에 국정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퍼주기식’의 빚더미가 예견되는 사회보장이나 기본소득의 도입을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라고 미화해도 곤란하다. 가진 자에 대한 증오의 시선으로, 기업을 착취 구조의 정점으로 보아 기죽이고, 성장동력을 꺼트려선 안 된다.
국제관계에서도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잡상인적 셰셰’ 외교가 이 지정학적 국제관계의 지뢰밭인 한반도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안이한 외교 좌표 설정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인재의 등용만해도 그렇다.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적재적소에 파격적 기용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회의론’을 깔끔히 거두어야 한다.알아서 드러눕는 그런 공직자들로 사법과 행정의 틀을 채우면 당장은 달콤해도 그 단맛은 이내 대한민국을 당뇨환자로 만들고 만다.
개혁이 멋있어 보이지만 가죽을 벗기는 일이니 결코 쉽지않을 것이다. 피를 흘려도 무혈수술에 가깝게 정성을 기울여 국민이 공감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원죄는 있다하더라도, 완전 해체 수준으로 ‘헤쳐모여’를 하면 또 다른 세력이 독점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국민이 고통받는 악순환 열차를 탄다.
‘견제와 균형’이란 식상한 말이 새삼 국정의 중심에 놓여야 할 시점이다. 이제 대통령이란 엄청난 힘까지도 예외는 없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
전임 대통령의 몰락 또한 견제받지 않은 검찰 권력에서 공직 평생을 살아온 DNA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은 냉정해야 한다’라고 말한 이 대통령의 언어 궤적이 ‘차가운 이성’을 말한 것이지, ‘피비린내 나는 정치보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공백이 되어버린 정치의 시간, 비틀거리는 경제의 고랑을 메꾸기에 대한민국은 하루도 지체할 겨를이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이 모든 일을 결국은 사람이 한다. 그토록 비판한 ‘회전문 인사’에서 맴돌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경향의 인재들을 찾아 등용할 일이다. 무림의 고수들이 강호에서 다들 저마다의 칼을 갈고 있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공복이자 어버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하여 2025년 초여름의 그 뜨거웠던 선거 전쟁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당당히 입증해 보이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