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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기고] ‘바퀴벌레’라 불리는 청년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도는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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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5일 수리아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비유했다. 그 다음날 미국 보스턴대에 재학 중이던 30대 인도인 아비지트 딥케가 소셜미디어에서 ‘바퀴벌레 얀타당'(CJP·Cockroach Janta Party)을 풍자 정당 형식으로 창설했고, 의대 입학시험(NEET) 유출 등 부정 사건에 분노한 청년들이 합류하면서 대규모 학생 운동으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인도 의회 인근에 위치한 공식 지정 장소이자 인도 주요 시위의 상징적인 공간인 잔타르 만타르를 거점으로 한 달간 연좌 농성을 벌였다. 같은 기간 유명 사회운동가 소남 왕축의 26일간 단식 농성이 겹치면서 운동은 더욱 확대됐고, 지난 7월 25일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이 부정 시험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아시아엔>은 현지 언론인의 시각으로 인도 Z세대 시위의 맥락을 짚는다. -편집자

[아시아엔=닐리마 마터, 포미디어, 인도] 인도 대법원장은 2026년 5월 15일, 특정 집단의 청년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던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6월 26일을 기점으로 인도의 청년들은 ‘바퀴벌레’라는 단어를 세대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뛰어난 생명력을 지닌 바퀴벌레는 박멸하기 만만찮은 해충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 중 하나로, 생태계의 분해자 역할을 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청년 세대 역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청년들의 공분을 산 인도 정치권과 철학적인 논쟁들은 차치하고, 인류사의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매튜 십턴은 저서 ‘그리스 비극 속 청년의 정치학’을 통해 기원전후 시대를 반영하는 청년들의 비극을 조명했다. 그는 청년이 불러온 사회의 불안정, 세대 간 갈등에 따른 파국, 수직적 가족 관계에서 수평적 또래집단 관계로 중심을 옮겨가는 청년들을 묘사했다.

2026년 7월 26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시위에 나선 청년이 바퀴벌레를 상징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불경스럽고 염치없지만, 유리 천장을 뚫어버린 Z세대

지난 한 달간 인도의 청년 시위대를 지켜보면서 고대 사회에서나 볼 법했던 변화의 흐름들이 오버랩됐다. 인도의 청년들은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이며 카스트 계급에 기반한 규범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인도 문명의 맥락에서 보자면, 이는 매우 불경스럽고 염치없는 행태다. 그럼에도 이들의 전례 없는 표출은 인도 문화권에서 용인돼 왔던 유리 천장을 가볍게 뚫고 나왔다.

지난 7월 31일 인도 총리의 “아이들을 용서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인도 청년들의 귀에 들어오기나 할까? 현 시대의 인도 청년들은 가족의 표심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현 총리의 굳건한 정치적 기반인 아마다바드 시에서의 시위가 이를 반증한다.

미지의 현상 앞에서 인도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시위가 한창 격화됐을 때 시위 현장과 연결된 지하철역 18곳이 폐쇄됐으며, 인터넷 접속이 제한됐다. 시위 현장 부근의 택배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음식점들도 조기 영업종료를 종용받았다. 유명 반체제 인사의 오랜 단식 농성도 유사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시위는 스러질 수도, 진압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격화될 수도 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학생 주도 운동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외쳤다. 약 120만 명의 시위대가 모였으나… 결국 군사 진압이 뒤따랐다.

2018년 미국의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학생 주도 시위로 꼽힌다. 전 세계의 동참을 유도했던 이들은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약 120만~200만 명이 워싱턴 D.C.로 행진했으나… 요란한 금발을 지닌 총기 옹호론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CJP를 창당한 아비지트 딥케 <사진=EPA/연합뉴스>

틀에 박힌 지도층 스캔들…물러서지 않는 CJP

인도의 청년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이들의 행보는 늘 그렇듯 판에 박힌 대로 흘러가고 있다. 매우 흥미롭지만 전형적인 현상이다. 청년들이 주도한 정당인 CJP가 제3의 정당을 위한 의제를 은밀히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당은 2011~2012년 벌어진 반부패 운동의 중심지였던 잔타르 만타르에서 연좌 농성을 벌인 뒤 2012년 공식적으로 창설됐다. CJP 지도층 일부는 과거 해당 정당과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으나, 지금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정당의 대표와 측근이 미국의 한 유명 공익단체로부터 자금을 받은 사실이 공개됐을 당시, 인도 안팎의 ‘딥스테이트'(제도권 밖의 숨은 권력집단)가 개입해 혼란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들끓었다. 시위가 끝난 지 며칠 만에, CJP 지도부를 겨냥한 유사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정점에 오른 젊은 지도자를 향해 “비크 가야”(팔아넘겼다)라는 조롱이 뒤따랐다. 이에 CJP 지도자는 외세 자금이 흘러 들어왔다면 인도의 내무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불투명한 자금이 자신의 손에 쥐어졌다면, 관할 부처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뜻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인도 역시 대중을 감시한다. 권력층은 안면 인식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요주의 인물들에 대한 감시와 구금 및 체포가 더욱 손쉬워졌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목소리만큼은 국가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시위 동안 주류 언론은 침묵을 지켰지만, CJP는 집권층이 장악해온 알고리즘 판도를 뒤집었다. 정부는 메타(Meta)와 같은 소셜미디어 대기업들과 얽혀 있어 어느 정도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계정의 팔로워까지 통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집권당의 팔로워가 약 1,000만 명 가량인 데 비해 CJP의 팔로워는 약 2,700만 명에 이른다.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가 2,700만 명을 관통하는 사이, 인도의 래퍼 가람 칼라카르는 ‘잔타르 만타르에서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가사를 써내려 갔다.

제각각의 성향을 지닌 이들이 부대끼는 현실 세계 역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CJP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체포되거나 구금되거나 실종되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청원과 정보 공개 요구, 법적 구제 요청이 뒤를 잇고 있다. Z세대는 ‘저항’의 불씨를 이어갈 수만 있다면 이러한 분주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청년 시위대는 훗날을 위한 기록도 남기고 있다.

내로라하는 정치 분석가들은 Z세대가 아니다. 이 신비로운 현상을 해독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게 현실인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시대의 전환점인가,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현상인가?’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한 CJP 측의 논평은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는 쪽이다. 잔타르 만타르에서 점화된 이번 사태가 아직 최고점을 찍지 못했다는 뜻일까.

2026년 6월 뉴델리 잔타르 만타르, 혹은 뭄바이·하이데라바드·벵갈루루·아마다바드 등 인도 각지에 모인 시위대의 숫자는 잊어라. 군중 심리에 기댄 수치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대표하는 다양성이다. 인도에는 18~29세가 약 3억 7,000만 명, 30~35세가 약 1억 2,500만 명 있다. 인구 15억이 넘는 나라에서 거의 5억에 달한다. 이들의 숫자에 알고리즘이 더해진다고 상상해 보라.

‘헌법의 아버지’ 인용한 청년 시위, 기성 정치 흔들다

청년 시위는 승전보를 전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시위대는 헌법 사본을 치켜들며 인도 헌법의 아버지라 여겨지는 암베드카르를 인용했다. 그 누구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지만, 청년 시위대는 기존 정당들의 표밭을 침범한 것과 다름없다. 인도는 2029년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그에 앞서 약 16개 주에서 의회 선거를 치른다. 청년 시위는 기성 세력들의 정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구가 많은 핵심 주에서는 의회 대표단의 구성을 바꿀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집단의 영향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집권당은 그간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지난 12년간 성희롱 혐의로 사퇴한 장관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청년 시위는 교육부 장관을 사퇴시켰다. 안타깝게도 후속 인선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후임자는 강간범을 옹호했던 이력을 지니고 있다. 바퀴벌레들의 새로운 번식지가 형성되기 좋은 조건이다. 외국 자금 유입의 책임이 내무장관에게로 번지는 와중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장관 인선까지 겹쳤다.

2012년,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한 소녀가 집단 성폭행당한 사건을 두고 인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었다. 2024년, 수련의가 유사한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도 인도 대중이 봉기했다. 그 사이 뉴델리에서는 곡물 가격을 둘러싼 농민들의 시위가 계속됐다. 인도라는 나라의 역사를 통틀어서 본다면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일들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90년에는 하위 카스트·계급에 대한 일자리 할당에 반대하는 만달 위원회 폭동이 일어났다. 잇따른 분신자살이 이어질 정도로 격화되면서 당시 총리까지 사퇴했다. 이 사건은 카스트 제도 기반했던 인도의 정치 지형도를 재편성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에는 부패와 물가 폭등에 맞선 학생 시위를 독립운동 원로 자야프라카시 나라얀이 이끌면서 전국 운동으로 확산됐다. 운동이 커지면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비상사태 해제 후 재선거에서 집권 총리가 축출됐다. 인도 최초의 비(非)세습 정당 정부가 들어선 순간이었다.

최근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인도 Z세대는 앞선 시위의 교훈들을 흡수해왔다. 한 평론가는 이에 대해 “Z세대는 앞 세대가 행한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흡수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배양된 씨앗이 대법원장의 ‘바퀴벌레’ 한마디에 만개한 것이다. CJP와 정부, 야권의 온갖 중상모략 속에서도 인도의 청년들은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는 328만㎢에 걸쳐 28개 주와 9개 연방 직할지로 이뤄져 있다. 공식 지정 언어만 22개이며, 주요 언어가 122개에 달한다. 각지의 방언들도 셀 수 없이 많다. 8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다. 2025년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실업자의 83%가 35세 미만이라고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의 싹을 틔우기에 충분한 씨앗 아닌가? 바퀴벌레들이 파괴의 상징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열어갈지 지켜보자.

아시아엔 영어판: Indian Youth Defeats Stereotypes – The Surprise Factor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ڀارتي نوجوانن روايتي سوچن کي مات ڏئي ڇڏي – THE AsiaN_Sind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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