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창안] 한글, 세종대왕이 직접 만들었다

과거급제 엘리트로 구성된 집현전은 세종 보좌역할을 했으나, 독창적 문자 창제에는 반대했다는 설이 제시돼 왔다. 사진은 옛 집현전 터에 복원된 경복궁 수정전 <사진=뉴시스>

문자 창안, 그 역사 문화적 배경 (2)

‘친제설 vs. 협찬설’ 부질없는 논란

한국어 표기체계 한글은 누가 만들었을까. 그동안 세종대왕이 직접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친제설’과 집현전 학자들이 협력해 만들었다는 ‘협찬설’이 있었다. 협찬설은 문자 창제가 한 개인의 역량만으로 이룰 수 없는 방대한 작업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북한에서 이 가설을 지지해 왔다.

흔히 논란인 듯 잘못 알려져 있지만 진실은 논란의 여지없이 명백하다. 한글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 및 외부 학자들과의 집단 창작이 아니라 세종대왕 개인이 직접 만들었다.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의 장본인이었다. 물론 집현전 학사들이 일부 연구 조사와 취재, 확인, 해설, 해례본 간행 등의 심부름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한적 보조 역할에 불과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근거는 역사적 기록과 다른 국책사업과의 비교다. 무엇보다 기사문의 엄정성으로 이름 높은 조선왕조실록 세종조는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만들었다(上親制諺文二十八字)”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만약 특정 신하나 집단이 한글 창제작업을 했다면 그들이 초안을 세종대왕에게 보고하고 인준을 받았다는 식으로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 틀림없다. 세종 시대의 수많은 문화업적은 모두 편찬자와 작성자, 주석자가 낱낱이 기록돼 있고 심지어 서문과 발문을 누가 썼는지도 확실히 밝히고 있다. 실제로 세종대왕이 “친히 지었다”고 기록된 것은 한글과 월인천강지곡 등 두 가지에 불과하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도 직접 썼다.

그렇다면 애초 한글 친제·협찬 논란은 왜 일었을까. 지식인들의 좁은 소견 탓이다. 조선 전기 성종 때 성현의 ‘용재총화(?齋叢話)’에서 “세종이 언문청을 두어 신숙주, 성삼문 등에게 글을 짓게 했다”고 기록한 것이 이런 방향으로 처음 나온 의견이었다. 이후에도 많은 학자들이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라는 명을 내렸고 구체적 지침을 주었을망정 실제 작업은 신숙주 등 집현전 학사들이 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신숙주, 성삼문 등이 저술한 것은 ‘동국정운(東國正韻)’이었다. 동국정운 작성을 위해 누가 연구와 저술에 참여했는가는 명확하게 기록돼 있다.

이 문제는 예컨대 새마을운동을 누가 기획했는가와 비슷하다. 새마을운동의 계획을 처음부터 세운 것은 박정희 대통령 개인이었고, 그는 새마을운동 노래까지 작사·작곡했다. 대통령의 바쁜 일정에서 어떻게 기본계획을 세울 짬을 냈겠느냐는 의문은 권력의 구조와 행태를 잘 몰라서 하는 말에 불과하다. 권력자 배후의 브레인트러스트가 모든 일을 꾸몄을 것이라는 추측도 창업자형 인물에게는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입안하면서 만주국의 ‘농촌부흥운동’에서 영감을 얻었고, 장제스 대만정부의 ‘신생활운동’도 어느 정도 참고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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