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창안] 방글라데시 독립의 뿌리 ‘벵골어 지키기’

벵골 민족주의의 메카인 다카대학에 세워진 벵골어 수호투쟁 기념비. 벵골어로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문자 창안, 그 역사 문화적 배경 (6)

2월21일 ‘국제 모어의 날’…언어 다양성 존중

2월21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국제 모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이다. 언어의 다양성과 각 인종의 고유어, 다언어 사용을 존중하기 위해 1999년 지정됐다. 이 기념일은 현재 방글라데시 사람인 벵골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벌인 운동을 기려 만들어졌다.

19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종교문제로 분리된 파키스탄은 동서로 나뉜 채 독립했다. 동파키스탄에 살던 벵골족은 같은 이슬람교도지만 인종과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핍박 받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1950년부터 우르드(Urdu)를 공식언어로 채택했다. 우르드는 당시 권력이 집중된 서파키스탄의 언어였다. 동파키스탄에서는 벵골어(Bengali)를 쓰고 있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교육과정에서 벵골어를 배제하고 모든 문자생활에서 벵골어를 금지했다. 벵골족 대학생과 시민들은 벵골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시위가 격화되자 파키스탄 정부는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모든 집회를 엄격히 단속했다. 그런 가운데 1952년 2월21일 다카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에 발포해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 4명이 숨졌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모어의 날’ 포스터 <사진=위키피디아>

그러나 이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벵골족의 투쟁은 성과를 거둬 파키스탄 정부는 결국 벵골어를 공용어로 공표했다. 벵골어 쟁취는 벵골족의 독립의식을 고취시켰다. 정치·경제적 차별이 심해지자 1971년 독립전쟁이 벌어졌다. 9개월 간 300만 명의 사상자를 낳은 혈전 끝에 그 해 12월 결국 독립국가 방글라데시가 탄생했다. 방글라데시는 2월21일을 벵골어의 날로 지정했다. 벵골어는 오늘날 2억2000만 명이 사용하는 사용자 순위 세계 7위 언어다.

국제 모어의 날은 언어와 문자 지키기를 통해 국가독립을 이룩한 사례를 통해 언어 다양성이 인류 보편가치임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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