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판인 ‘푸네 네다이’, “독도 가보고 싶어”
한국 책 11권 페르시아어로 출간, ‘한국홍보대사’도 맡아
이란의 잡지 발행인이자 출판인 푸네 네다이(Pooneh Nedai·39)는 이번에 10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페르시아어로 출간된 한국 관련 책 11권을 들고서다. 그 중에는 자신이 쓴 <불사조의 나라 한국기행(Korear Travel Diary: The Land of Phoenix)>도 포함돼 있다. 이란에서 자국어로 한국에 관한 책이 출판된 것은 처음이다.
네다이는 지난 3년 동안 만든 책 11권을 소중히 들고 와 6월19~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보였다. 그는 도서전 부스에 이란 소개문구를 ‘World within a border’라고 달았다. ‘국경 안에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있는 나라’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페르시아어로 나온 한국 책과 이란에 관심을 보여줘 고맙다”고 했다.
도서전을 마친 뒤 여행에 나섰던 네다이가 귀국을 앞두고 서울 명륜동 아시아기자협회(AJA) 사무국에 나타났다. 그는 2008년 AJA 회원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다양한 교류활동을 벌여온 이란의 대표적인 ‘지한파’ 문화인이다. 최근에는 한-이란 교류에 초점을 맞춘 전문 계간지(The Blue Silk)를 창간했다.
기자에게 건네준 그의 새 명함에는 한국 홍보대사(Goodwill Ambassador of Korea in Iran)라는 직함이 추가돼 있었다. 지난 12월 테헤란에서 열린 제1회 한국영화축제 당시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위촉된 명예직이라고 한다. 그에게 지난 6월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전환기를 맞은 이란 정세와 문화교류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온건개혁파로 불리는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그가 당선된 날 거리로 뛰어나가 축하했다. 그는 좋은 협상가다. 서방과의 협력이 기대된다. 하지만 변화가 쉽지만은 않다. 실질적 권력은 여전히 하메이니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로하니도 개혁파(reformist)라고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개혁파는 아니다.”
-선거 때 언론자유 신장, 여권인권 보장 등을 공약했는데, 지켜지리라 보나?
“글쎄. 두고 봐야 한다. 오는 9월 새 정부가 들어설 예정인데, 우파의 힘이 워낙 세서 개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로하니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말할 것도 없이 서방의 경제제재를 푸는 일이다. 경제제재가 이란 국민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고 있다. 교역이 제한되면서 물자부족과 물가앙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년 사이 대부분의 물가가 3배로 치솟았다고 보면 된다. 환율도 크게 뛰었다. 로하니 당선 이후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니 기대해볼 수밖에 없다”
-이란이 완전히 개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개방은 필요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지킬 힘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라크, 이스라엘, 파키스탄 같은 주변국과의 민감한 사안이 많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고통 심각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와 절친한 사이로 2009년 그의 첫 한국방문을 주선하기도 했다. 요즘 그의 근황은?
“여전히 이란에 입국하지 못하고 가족들과 영국에 머물고 있다. 하루빨리 그가 이란에 돌아와 인권운동의 구심점이 돼주었으면 한다.”
-화제를 돌리자. 한국과의 문화교류에 애쓰는 연유는?
“문화는 누구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지 않나. 나라 간의 교류는 문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경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문화가 왜 좋은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언젠가 와봤던 것 같은 데자뷰가 있었다. 누구나 그런 경험 있을 것이다. 나는 시인이다. 나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감각이다. 한국에 대한 나의 애정은 논리로 얘기하기 어렵다.”
-그러면 한국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애로운 어머니, 산사의 종소리, 은행잎, 진달래꽃, 자연을 향한 사람들의 경외심….”
-한국에 관해 출간한 책은 어떤 내용인가.
“내가 쓴 기행문은 지리·역사·관습·교육·예술·인물·관광지 등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28개 장에 담았다. 앞으로 한국의 깊은 속살을 더 탐구해 개정판에 담을 계획이다. 독도에도 한번 꼭 가보고 싶다. 다른 책들은 페르시아어로 옮긴 전래동화, 강우현 작가의 동화집, 고은·최종렬 시집 등이다.”
-이란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가장 존재감이 강한 것은 드라마다. 대장금, 주몽, 선덕여왕 등이 TV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란인과 한국인은 연장자를 존중하고 가족을 중시하는 등 공통적 심성이 있다. 작년 말 한국영화축제에서 소개된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이창동 감독의 ‘밀양’ 등도 큰 호응을 받았다.”
-한글을 배우는 사람도 있나?
“아직 정규학교에서는 한글 가르치는 곳이 없지만, 각종 어학원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