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의 ‘급행료’와 ‘바가지요금’
기자는 지난 12일 베트남 호치민 공항에 내려 캄보디아와의 국경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는 목바이(Mok Bai)까지 1시간 동안 차량으로 이동, 개별 수속으로 양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거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향했다.
국경의 출입국사무소에서는 득달같이 달려드는 무허가 택시 기사와 ‘월경(越境) 도우미’들에게 여유롭게 웃음까지 지어 보이며 모든 호의를 거절했다. 호의는 “가방을 들어주겠다”, “프놈펜까지 600달러(USD)에 모시겠다”는 제안까지 다양했다.
멋지게 따돌렸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베트남출입사무소에 들어섰는데, 순식간에 10달러(1인당 5달러)를 뜯겼다. 베트남 출입사무소에서는 돈을 낼 필요가 없었는데, 가슴에 공무원증으로 보이는 패찰을 달고 서둘러 기자의 손을 잡아 이끄는 월경 도우미에게 빼앗기다시피 여권을 넘겨주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베트남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들은 급행료를 받고 새치기로 출국 수속을 도와주는 ‘월경 도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얼마씩 나누는지 궁금했지만, 확인 취재할 시간도 방법도 없었다.
베트남 출입국 관리소를 빠져나와 캄보디아쪽 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약 200m쯤 걷는동안 캄보디아 월경(越境) 도우미들이 “가방을 들어 주겠다”, “프놈펜까지 택시비를 550달러까지 깎아주겠다”면서 끈질기게 동행했다.
“입국허가신청서를 대신 작성해 빨리 수속이 끝나도록 해주겠다”면서 여권을 달라고 하는 도우미들의 요구에 약간 언성을 높이며 “노 쌩큐!”를 외쳤더니 그제야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한발 물러섰다. 월경 도우미들은 그러나 조잡한 양식의 입국허가신청서를 작성하느라 쩔쩔매는 여행자 옆에 바짝 붙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더니 그예 볼펜을 빼앗아 들었다.
작성을 마치더니 1인당 25달러를 달라고 말했다. “비자피(VISA fee)는 1인당 20달러로 알고 있다”고 따지자 “25달러가 맞다”면서 우겼다. 이들은 기어이 1인당 25달러를 받아들고 초소로 보이는 사무실에 들어갔다 오더니 몇 가지 수정하는 시늉을 했다.
진짜 출입국사무소는 길 건너편에 있었고, 이들은 다시 “입국허가신청서에 최종 승인 도장을 찍는데 1인당 5달러를 내라”고 했다. 이번엔 정말 화가 났다는 표정으로 맞섰더니 포기하고 “직접 도장을 받으라”면서 신청서를 돌려줬다.
출입국사무소에 들어서자 담당 직원은 매우 불친절했다. 다섯 손가락 지문을 찍는 내내 “한심하다”는 투로 소리를 질렀고, 수속을 마친 뒤에는 여권을 툭 던져줬다. 동행한 사람과 각각 다른 쪽 출입구에서 수속을 밟았는데 기분 나쁘다는 투로 툭 던져줘서 받아든 여권이 바뀌었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
‘도장 찍는’ 급행료(뇌물) 1인당 5달러를 안줬다는 이유로 우리는 불법입국자 못지 않은 홀대를 받으면서, 게다가 타인 여권에 지문을 조화시킨 뒤 무사히(?) 캄보디아 출입허가를 받았다.
역시 급행료를 주지 않고 직접 수속한 중국인 여학생에게 캄보디아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소리를 꽥 질렀다. 직원 전용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려는 여학생에게 “그쪽이 아니고 저쪽이야. 안 보여? 눈은 왜 달고 다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눈을 흘기는 직원의 눈총을 뒤로하고 금호고속 버스에 올랐을 때는 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프놈펜 도착 직전 베트남에서 사업차 온 옆자리 중년 남자에게 “호치민에서 프놈펜까지 요금을 얼마 내셨어요?”라고 물었더니 “10달러”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두 명 합쳐 30달러를 냈다. 쓴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6일간의 캄보디아 생활을 생각하니 암담해졌다. <프놈펜=이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