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미술관’ 입주작가들이 겨울을 나는 법

영은미술관 입주작가 스튜디오 전경 <사진=영은미술관>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8기 작가?스튜디오 투어

22일 정직성 작가의 개인전 ‘추상작동’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으로 향했다. 꼭 보러가겠다고 약속을 한 후 차일피일 미루다 전시회 일정을 3일 남겨두고 부랴부랴 발길을 옮겼다. 서울에서 가는 길은 멀었다. 강변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이 지났을까? 미술관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는 역동사거리에 도착했다. 미술관에 물어보니 걸어서 20분, 택시타면 기본요금. 택시를 탔다.

야산 비탈에 세워진 영은미술관은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 만큼 컸다. 야외 조형공원도 조성돼 있었다. 정직성 작가가 반갑게 맞아준다.

정 작가는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8기 정규 입주작가다. 영은미술관은 국내 사립미술관 처음으로 2000년부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YAMP(Youngeun Artist Management Program) 작가(현재 강형구, 방혜자, 소진숙 작가 입주중) 2년, 장기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가 2년, 단기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가(국내 및 해외작가) 3개월~6개월 미술관에서 제공한 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한다. 작업공간을 임대하기 어려운 젊은 작가들에게 이 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다.

정직성 작가의 작업실은 생동감이 넘쳤다.

김기린, 김아타, 육근병?등 80여?작가 이곳 거쳐가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작가들은 약?83명. 김기린,?김아타, 육근병, 김범, 지니서, 데비한, 강영민, 권오상 등 요즘 미술시장에서 ‘핫’한 작가들이 이곳 출신이다. 현재 6명의?장기 작가와 6명의 단기 작가가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다른 창작스튜디오와 달리 개인 생활을 하고 쉴 수 있는?연구동 생활공간도 제공된다.

장기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작가들은 2년의 기간 동안 다양한 매칭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선 개인전을 여는데, ‘추상작동’전도 그 전시회의 일환이다. 개인전 외 평론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 하는 공동 워크숍도 상/하반기?개최되며 서로의 작품에 대한 열띤 토론, 질의를 한다. 정 작가는 “평론가와 1대1 매칭을 통해 창작 활동에 조언을 받기도 한다” 고 전했다. 이 외에도 6명의 장기작가가 함께 하는 연합전(2013년)도 함께 기획, 개최될 예정이다.

전시작품 관람 후 입주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둘러봤다. 이날 김순희, 신선주, 이만나, 인세인박, 박승순, 이돈순 작가를 만났다. 장기작가 중에서 김기훈 작가는 외출 중이었다. 박승순, 이돈순 작가는 단기 레지던시 입주작가로?이들과는 초면이었고 그들의 작품도 처음 접했다.

창작스튜디오는 그들의 작품을 닮은 듯했다. 정직성 작가의 작업장은 생동감이 느껴졌고 신선주 작가의 공간은 사진 스튜디오처럼 깔끔했다. (현재 영은미술관에서 신선주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흑백사진보다 더 선명하고 독특하고 깔끔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만나 작가의 방은 차분했고, 김순희 작가의 공간은 그의 설치작품처럼 아기자기했다.

박승순 작가의 작업실. 벽에서 한기가 스며나와 은박방열재로 도배했다. 화가들의 겨울은 더 춥다.

창작스튜디오 내부 모습 작가 모습 닮아

스튜디오를 둘러보며 겨울 보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작품도 창작해야 하기 때문에 천장이 높아 온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작가들은 나름대로 창문에 비닐을 덧대고 난로를 준비하는 등 월동 장비를 갖춰 놓고 있었다.

마침 찾아간 박승순 작가의 작업실은 은빛 방열재로 도배돼 있었다. 박 작가도 온 몸을 두터운 옷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추위를 가늠할 수 있었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라고 정 작가가 말했다. 물이라도 얼면 그림 그리기도 힘들어진다.

스튜디오 투어를 하고 나오는 길. 정 작가는 “그래도 이곳에 눈이 내리면 눈썰매장이 따로 없다”며 “새벽 2시 동료 작가들과 포대를 타고 눈밭을 내려오는 재미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들어오고 싶은데 못 들어오는 분들도 많은데 춥고 덥다는 건 엄살이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긴 여러 작가들이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까 외로움도 덜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격려도 하면서 위안도 얻을 수 있어 좋아요. 영은미술관처럼 작가들을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술관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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