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고향, 건대앞 ‘인서점 서른살’ 이제 다시 시작이다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1982년 5월12일 문을 연 건국대 앞 인서점 간판엔 “인간은 지식을 가진 무서운 동물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 최초 ‘사회과학서적’으로 대학생, 청년,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의 사랑방이 30살을 맞아 27일 오후 5시 건국대 종합강의동(법대) 5층 국제회의실에서 토크콘서트를 연다. 주제는 ‘인서점, 인간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 떠나, 서른 해가 되다’.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성균관대 앞 ‘풀무질’과 사회과학 전문서점 명맥을 잇고 있는 인서점은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1982년 봄 생각할 자유조차 억압당하던 군사독재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사회과학’ 서점이 문을 연다. 인서점의 시작이다.
인서점 앞에는 “인간은 지식을 가진 무서운 동물”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간판에 두 손이 포승줄에 묶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정보기관이 가만 놔둘 리 없었다. 곧 지워졌고 인서점의 ‘고난의 길’ 예고편이 시작됐다.
한길사, 창비사, 광민사 등 ‘용기있는’ 소수의 출판사만이 이른바 이념서적을 내던 시절 인서점은 ‘운동권 찌라시’와 민주화운동자료집을 내면서 사회변혁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 사이 1986년 건대항쟁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이어 1997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를 인서점은 묵묵히 지켜봤다.
창업주 심범섭씨는 “인서점이 문을 연 이후 한국현대사의 대변혁을 지켜보며 기쁨의 함성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며 “이같은 과정, 특히 6월항쟁을 거친 10만명 가량의 당시 청년대학생들의 맑은 정신이 향후 20~30년은 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받쳐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독재의 어둠이 걷히고 민주화가 정착되면서 이번엔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은 인서점을 가만 두지 않았다. 경영위기가 닥친 것이다. 1995년 폐점 위기에 몰리자 건국대를 중심으로 ‘인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돼 전국에서 3000여명이 3800만원을 모아 ‘문화과학서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그것도 잠시 2005년 또다시 위기가 닥쳐왔다. 이때도 건대학생들이 후원조합 ‘인사랑’을 조직하여 ‘2차 모금운동’으로 1억3800만원을 모았다. 지금 자리에서 ‘문화사랑방 인서점’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심씨는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는 것이 진정한 문화”라며 인서점 좌담회 등 이야기마당으로 성찰력을 높이고 심성을 맑게 하는 운동을 새롭게 펼치고 있다. 매월 두권씩 추천도서를 읽는 ‘글나루’를 운영하고 있다.
심씨는 “인문학이 마련해 주는 문화의 힘으로 새로운 토양을 개간하여 지식을 가진 무서운 동물에게 영혼을 불어 넣어 참인간으로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인문학의 고향, 인서점의 새로운 30년을 지켜보는 눈은 안타깝지만 따사롭기만 하다.
인서점 서른 해 기념 토크 콘서트
‘인서점, 인간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 떠나, 서른 해가 되다’.
인간의 씨앗을 파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