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新쾌도난마] 대통령 부재 한국, 트럼프와 어떻게 딜 해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대통령이 4년 만에 미국 대통령직에 복귀하며 ‘미국 우선주의 시대 2.0’을 선포했다.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 선서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한 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국정의 모토로 내세웠다. 아울러 “우리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투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해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신고립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및 국내 정책 면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확고하게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시스템 재점검 및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확대) 방침을 밝히고, 전기차 우대정책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한편, 남부 국경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곳에 군대를 배치하는 한편, 서류 없이 입국한 사람들의 심사대기 기간 중 미국 내 체류를 불허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불법 이민자 차단책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취임사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defense cost sharing) 가중 우려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간 중 기회 있을 때마다 “주한미군의 한국측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10배는 올려야 한다”고 공언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지난 임기인 때도 어지간히 애를 태웠지만, 다행히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2024년 10월 초 서울에서 한‧미간에 최종 타결된 바 있다. 제12차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6~2030년이다. 최초년도(2026년) 총액은 1조 5192억원으로 합의하였으며, 이는 2025년 총액 1조 4028억원에 비해 8.3% 증액된 금액이다.
한·미는 특별협정을 통한 지원항목(인건비, 군사건설, 군수지원)의 틀 내에서 미국이 제기한 소요에 기반,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협의했다. 2026년 총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그리고 군사건설 분야에서 우리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용 증액으로 인한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참고로 트럼프 1기 시절 체결된 제11차(’21년) 방위비 분담금 연간 인상액은 13.9%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문제는 그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것은 제12차 협정의 무효를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별협정은 조약이 아닌 행정협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무효라고 주장한다면 재협상을 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미 행정부 측이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올 확률이 크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배수진이다.
트럼프가 잘 쓰는 ‘분담금 고수=미군 철수(또는 감축)’를 내세우면 그러라고 짐짓 수용을 하는 것이다.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은 철수 또는 감축할 수 있는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주한미군 상황을 대략 살펴보자.
용산 미군기지가 확장 이전한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독일의 람슈타인 공군기지(5만5000명 주둔),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3만5000명 주둔)와 함께 미군의 3대 해외기지로 꼽히고 있다. 특히 기지 면적이 여의도의 5배에 이르는 1468만㎡(약444만평)로 육군 단일부대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주한미군과 가족, 군무원 등 약 3만8000여 명이 주둔 또는 거주하고 있으며, 최대 4만3000명까지 수용가능하다.
캠프 험프리스엔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미8군, 제2보병사단 본부 등 주요 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한미동맹의 핵심 기지로 기능하고 있다. 더하여 평택 해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와 인접해 있어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캠프 험프리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육‧해‧공군 기지 콤플렉스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얼 뜻하는가! 캠프 험프리스는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북한은 물론, 중국의 남방 진출에 대응하는 동북아 지역 안보를 위한 주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키포인트다. 만약 캠프 험프리스 콤플렉스가 와해된다면 동북아의 안보 균형은 종언을 고하고, 주일 미군은 순망치한의 신세가 될 것이고, 타이완의 안보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국면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은 유념해야 한다.
그러니 미국이 그들 입장에서 볼 때 몇 푼 안 되는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고 협상을 다시 하자거나 미군 감축 공세로 으름장을 놓을 경우, 점잖게 동북아 안보론을 카드로 제시해 그들의 무모한 시도를 잠재우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