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오늘날도 얼마나 많은 베데스다 연못이 여기저기 있는지 모릅니다”
요한복음 5장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요 5:7)
베데스다 연못가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천사가 내려와서 물을 움직일 때가 있는데, 그때에 첫 번째로 물에 들어간 사람은 치유를 받는다는 속설 때문이었습니다.
이 연못가의 정경은 어땠을까요? 백화점 오픈런 대기 장면 못지않았을 것입니다.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신상을 손에 넣어 보겠다며 문 앞에서 밤새 기다리는 모습을 방불케 하는, 그야말로 진풍경이었을 것입니다.
38년 된 환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곳은 전쟁터였습니다. 남을 제쳐야 자기가 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긍휼과 배려는 사치인 곳이었습니다. 물에서 가까운 자리 한 번 차지해 보겠다며 얼마나 많은 다툼이 그곳에 있었을까요? 연못에서 가장 가까운 명당을 매매하는 일이 과연 없었을까 싶습니다.
베데스다 연못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치유를 기대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연못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몸이 가장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베데스다는 건강한 사람부터 먼저 치유받는 이상한 곳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굳이 치유받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치유의 혜택이 돌아가 버리고, 정작 치유받아야 할 사람들은 병세가 더 악화되는 곳이 베데스다의 현실이었습니다.
오늘날도 얼마나 많은 베데스다 연못이 여기저기 있는지 모릅니다. 수혜자가 되어 보겠다며 연못 주변을 배회하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저희 모두가 다 베데스다 연못 주변에 모여든 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도 나도 주님 곁에 모여 있습니다. 다들 은혜의 자리를 사모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늘 ‘내가 먼저’입니다. 남들보다는 내가 먼저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게 저희들의 실상입니다. 내가 받아야 할 혜택이 저 사람에게 돌아가는 꼴을 견디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그런 베데스다 연못가에 오셨습니다. 가장 위급하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한 사람을 찾아서 오셨습니다. 지금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연못의 중심을 향해, 아니 자기 중심을 향해 있을 동안, 예수님은 연못 언저리 어딘가에서 38년 된 병자를 만나고 계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