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돌아올 수밖에 없는, 돌아와야만 하는…
누가복음 17장
“그중의 한 사람이 자기가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와 예수의 발아래에 엎드려 감사하니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라”(눅 17:15-16)
10명의 한센병 환자가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러 가다가 나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한 사람만 예수님께 다시 돌아왔고, 나머지 9명은 제사장에게로 갔습니다. 9명이 잘못했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님이 “제사장들에게 가서 너희 몸을 보이라” 하신 말씀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한 명은 경우가 달랐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은 9명의 친구들과 함께 제사장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다가 뒤늦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병 때문에 잊고 살았던 것, 그것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자신이 사마리아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애초에 자신은 제사장 앞에 설 수도 없고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아플 때는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친구였는데, 도리어 병이 나으니까 함께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병이 나은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병을 또 얻은 것일까요?
사마리아인은 순간 길을 잃었습니다. 제사장을 향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습니다.
‘나는 병이 나아도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인생이구나.’
그 순간 그는 예수님이 생각났습니다. ‘아! 예수님께 가야겠다. 하지만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그 자리에 계실까?’ 의구심을 가지고 처음 예수님을 만났던 그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예수님은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할 일이 없어서, 갈 곳이 없어서 그냥 그 자리에 계셨던 것일까요? 예수님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습니다. 10명 중에 한 명, 저 사마리아인은 갈 곳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직접 그의 갈 곳이 되어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돌아와야만 하는 존재임을 아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내게 허락된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예수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십니다. 다시 돌아가도 될지 망설일 때, 그분은 떠나지 않고 기다리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