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모든 순간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누가복음 10장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눅 10:40)
마르다는 일하지 않고 편하게 앉아 있는 마리아가 거슬렸습니다. 성경은 그런 마르다의 상태를 “마음이 분주하다”라고 평가합니다. 타인이 눈에 자꾸 거슬리는 것은 ‘마음이 분주하다’는 증거입니다. 자기 일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타인이 거슬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마리아의 눈에는 마르다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말씀에 몰입하느라 ’쟤는 왜 말씀은 안 듣고 자꾸 딴짓일까?’라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만약 마리아가 일을 하고 마르다가 말씀을 듣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마리아는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을 자신이 직접 대접할 수 있다는 기쁨에 겨워 음식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느라 언니가 뭘 하고 있는지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마르다는 열심히 일하는 동생에 비해 아무 일도 안 하고 편하게 말씀을 듣기만 하는 자기 자리가 가시방석 같지 않았을까요?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단순히 신앙생활의 유형에 관한 해석으로 접근하여 일하는 자리와 말씀 듣는 자리의 경중을 비교하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예수님이 지적하신 것은 마르다 내면의 분주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도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고, 말씀을 듣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이 사람 저 사람 신경 쓰느라 마음이 분주할 수 있습니다. 편안하게 설교 한 편을 청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씀에 의해 자신의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가 쪼개지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결코 듣기 편한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마리아는 말씀대로 살아갈 각오를 하며 마음을 다잡느라 전쟁 중이었을 것입니다. 십자가와 하나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는 자리를 그저 편안하고 안락하다고 생각하는 마르다는 어쩌면 말씀 때문에 생기는 내면의 갈등과 치열한 고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눅 10:41-42)
말씀을 듣는 자리에서도 ‘좋은 편’을 놓칠 수 있고, 일을 하는 자리에서도 ‘좋은 편’을 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기회가 사람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람이 기회를 가릴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