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장관 “필리핀 韓 사업가 살해범 신병확보 과정서 문제···필리핀측 배상에도 최선 다할 것”
[아시아엔=편집국·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일 2016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사업가 지익주(당시 53세) 씨 납치 살해 사건 주범의 구속 여부와 관련해 “신병확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범이 항소심에서 종신형을 받고도 석 달 넘게 구속되지 않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조 장관은 “석방이 되고 체포영장이 발부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사이에 신병 확보가 안 된 것 같다”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가 2심에서 유죄가 됐는데 그 이후의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외교 당국에서 (9월 초) 피고인의 소재를 구두로 확인했다고 하는데 안이하다”며 “외교 당국이 제대로 확인을 안 했다. 교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 몇 년 동안 애를 썼고, 저도 필리핀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며 “외교부와 재외공관 차원에서 열심히 해왔다”고 답했다.
필리핀 마닐라 항소법원은 지난 6월 26일 지씨 사건의 주범인 전직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인 라파엘 둠라오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주범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1심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을 인정해 판결을 뒤집었다. 이후 필리핀 경찰은 7월 중순께 한 차례 주범의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정확한 행방을 찾지 못했다.
항소법원은 뒤늦게 지난달 17일에서야 주범에 대한 공식적인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필리핀 경찰은 여전히 그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으나 주범 둠라오가 경찰 조직 내 실세이자 퇴임 후 변호사로 일하는 등 필리핀 사법 체계의 허점을 잘 알고 있어 구속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애초 무죄가 됐던 것을 주 필리핀 주재 이상화 대사가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해 재심을 통해 유죄가 됐다”며 “그 이후의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필리핀 외교장관을 만났을 때 이 점을 제기했고, 외교부와 필리핀 공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익주 씨 피살 사건과 관련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피해 배상을 약속을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조태열 장관은 “지금 2심 판결이 났고 사법 절차가 다 끝나면 배상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고 지익주씨 부인 최경주씨는 6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재필리핀동포 만찬간담회에서 사건 관련 내용이 담긴 USB를 사회수석실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했다고 <아시아엔>에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