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공동체를 위해 부름 받은 사람
사무엘상 10장
“사무엘이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보느냐 모든 백성 중에 짝할 이가 없느니라 하니 모든 백성이 왕의 만세를 외쳐 부르니라”(삼상 10:24)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스바로 불러 모으고, 그곳에서 왕을 세웁니다. 줄곧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던 백성들은 기대가 컸을 것입니다. 제비를 뽑아 왕을 세웠는데, 제비뽑기의 단계가 지나갈 때마다 백성들의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겠습니까? ‘과연 누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 될 것인가?’, ‘하나님은 어떤 사람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세우실까?’ 이것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마치 합격자 발표를 코앞에 둔 사람처럼 온 이스라엘이 긴장했을 것입니다.
사실 내정자가 이미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아주 은밀한 자리에서 사울은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사울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라는 사실을 사무엘도 알고, 사울 자신도 알았습니다.
그러면 굳이 제비를 뽑을 것이 아니라 공표하면 될 일 아닌가요? “하나님의 명을 받은 나 사무엘이 언제 어디에서 사울에게 기름을 부었다.” 이렇게 발표하면 될 텐데, 사무엘은 굳이 제비를 뽑습니다. 그러다가 사울이 안 뽑히고 엉뚱한 사람이 뽑히면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 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엘은 제비를 뽑습니다.
개인적 부르심은 반드시 공동체적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도자란 누구입니까? 리더란 누구입니까? 공동체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내적인 확신이 강해도, 개인적인 열정이 불타올라도 공동체가 동의할 만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진정한 리더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부여하신 영적 권위가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검증되어야 하는지 사무엘은 잘 알았기에 온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스바로 불러 모은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영적인 리더는 어떻게 세워져야 할까요? 부르심의 사건은 개인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부르심을 받았다’는 확신만으로는 다소 위험한 면이 있습니다. 적어도 ‘공동체를 섬긴다’고 하면서 공동체의 동의를 배제하거나 무시한다면 그 부르심은 본인의 주장 내지는 착각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최종 결재권이 교회 공동체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주권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란 하나님의 주권 아래 리더와 공동체원 모두가 서로에게 종노릇하는 곳입니다.